최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이끄는 경제 사절단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만나 최소 1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조건으로 하는 '패스트트랙 혜택'을 제안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고심에 빠졌다. 특히 대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중소기업은 90%가량이 대응 전략조차 없을 정도로 우려가 깊은 상황이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취임 선서식을 앞두고 한국 경제 사절단과 만나 대미 투자를 종용하며 사실상 투자 금액 규모 기준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10억달러 이상을 투자 시 전담 직원을 배치해 심사 허가 등의 절차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게 될 경우 그 이상의 최고급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날 트럼프이 서명한 '미국 우선 주의 투자정책'을 설명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러트닉 장관이 이처럼 구체적인 금액을 언급한 것은 일종의 '청구서'가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면담에서 러트닉 장관은 한화그룹 측이 1억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미국 현지 조선소 필리조선소의 이야기를 꺼내자, 10억달러 이상부터 패스트트랙 절차가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10억달러 미만의 투자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미국 정부가 지원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는 "러트닉 장관이 한국 기업들에 대미 투자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소요됐다"며 "면담이 다소 일방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어느 기업도 '트럼프 시기에 얼마를 하겠다'고 생각하며 다가가지 않고, 이게 내 장사에 얼마나 좋으냐 나쁘냐를 얘기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좀 더 원한다고 얘기하지만, 우리는 인센티브가 같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투자 정책 등 날이 갈수록 압박 수위는 높아지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다수가 별다른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어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진행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및 고환율 장기화에 대한 수출 중소기업 CEO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9.8%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에 대해 '특별한 대응 전략이 없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21일 수출 중소기업 500개 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대구 한 기기부품 회사 대표는 "최근 몇 년간 품질을 높이며 북미 시장 수출이 늘어나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는가 싶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어떻게 해야 될지 전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고관세 정책으로 인해 수출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수출 중소기업 10개 중 9개사가 대응전략이 없는 상황이다. 금융, 세제 지원과 원부자재, 물류비 지원을 확대해 수출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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