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주당 李 대표의 중도 보수 선언, '안보(安保)'도 과연 그러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자당을 중도 보수 정당이라 표방하며 연일 중도층 민심에 구애하고 있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자세 잡기로 읽히지만 진정성 부족 탓에 여론의 뭇매를 맞는 대목에서는 애잔하기까지 하다. 표심을 자극하려는 여러 선언들이 오히려 정체성 한계를 자인한 꼴로 상충(相衝)하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 관련 안보 이슈에는 함구하다시피 하면서 중도 보수라 자칭한다.

중도 보수를 기치로 내세웠지만 북핵 등 안보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자세부터 신뢰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됐다 포로로 잡힌 북한군의 국내 송환부터 그렇다. 일찌감치 우크라이나에 국정원 요원 파견 계획을 문제 삼았던 전력이 있는 민주당이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국정원이 북한군 파병 사실을 발표하자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며 "북한이 부인한다.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지 말라"고 성토한 바 있다. 국정원의 북한군 포로 심문조(組) 파견 검토에 대해 "고문 기술을 전수하겠다는 것이냐"고 비아냥댔던 게 이 대표다.

당연한 귀결이다. 30년 넘게 민주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드러낸 게 햇볕정책 아니었나. 북한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지 않겠다는 게 햇볕정책의 본질처럼 보인다. 북한 지도부 비판에 입을 다물다시피 하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에도 철저히 경직된 자세로 일관했다. 북한인권법 제정 9년이 되도록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다. 민주당 국회의원 중 19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은 전과자라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치공학적 계산만 가득한 중도 보수 선언에 국민들이 순진하게 넘어올 것이라 봤다면 명백한 패착(敗着)이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민주당이 원래 중도 정당이었다. 국민의힘이 극우적 성향으로 변했기 때문에 민주당의 책임과 역할이 커진 것뿐"이라고 했다. 말장난이다. 민주당이 극좌적 성향을 보인다고 다른 중도 보수 정당의 정체성이 진보적으로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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