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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공간 된 사고현장…사고 이후 어린이 발길 뚝

지난 21일 초등생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한 공원 가로 공간 한 쪽에 피해 학생에 헌화할 수 있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김지효 기자
지난 21일 초등생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한 대구 달서구 한 공원 가로 공간 한 쪽에 피해 학생에 헌화할 수 있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김지효 기자

지난 21일 초등생 스쿨존 교통사고가 발생한 달서구 한 공원 인근은 노후한 빌라촌으로, 놀 곳이 없는 아이들이 놀이터 대신 이곳 공원을 자주 찾았다. 평소 유치원생부터 중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로 북적이던 공원은 사고 이후 단 한 명의 아이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은 "노후한 아파트와 빌라가 많은 곳이라 아파트 안에도 놀이터가 없어서 아이들이 주로 이 공원에서 논다"며 "아이들 학원 마치고 오면 여기서 뛰어 논다고 난리가 나는데 요 며칠은 조용하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석재 볼라드가 박혀 있는 공원 입구 앞 도로의 과속방지턱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 바로 옆 가로 공간에는 피해 학생에 헌화할 수 있는 작은 추모공간이 마련됐다. 연석 위에는 국화 꽃다발, 촛불, 케이크, 간식과 편지가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이따금 꽃을 놓고 갔고, 학원 가방을 멘 초등학생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추모공간에 간식을 가져다 두고 고개를 숙였다.

사고 이후 형과 함께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A(11) 군은 "친한 후배였는데 장난기 많고 운동도 잘 해서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 듣고 매일 와서 간식을 놔두고 가고 있다"며 "(피해 학생이) 여기서 친구들이랑 저녁까지 자주 놀았다더라. 개학식 되면 한동안 학교가 추모 분위기일 것 같다"며 슬퍼했다.

주민들은 이름뿐인 어린이보호구역에 단속카메라와 안전펜스 설치 등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둘째 아이가 피해 학생과 또래라는 조혜란(42) 씨는 "여기 이사올 때부터 주변에서 차 많이 다니는 도로이니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주차금지봉을 부수고 차를 대는 경우도 많아서 이러다 누구 하나 다치겠다는 얘기가 전부터 나왔다. 어린이보호구역인 만큼 단속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 이모(64) 씨는 "주민들이 애들 노는 곳에 위험하니까 불법 주차 하지 말라고 큰 돌을 가져도 놓아도 다 치우고 차를 댄다"며 "유치원이나 학교 끝나면 아이들이 공원에서 술래잡기 하고 놀다가 도로 쪽으로 나가기도 하는데, 아이들 안전을 위해서 공원에 펜스를 둘러 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일 오후 6시 20분쯤 대구 달서구 진천동의 한 이면도로에서 10대 초등학생이 골목길에서 좌회전하던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경찰은 가해자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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