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서구 염색산단 하수관로서 검은색 폐수 유출…올해만 세 번째

25일 오후 하수관로에서 검은 물질 흘러나와

25일 검은색 폐수가 유출된 대구 서구 염색산단 하수관로 인근 모습. 독자 제공
25일 검은색 폐수가 유출된 대구 서구 염색산단 하수관로 인근 모습. 독자 제공

25일 대구 서구 염색산단에서 폐수가 재차 유출됐다. 올해 들어 관련 사고가 세차례 발생하면서 관계기관이 합동점검반을 꾸려 대응에 나섰지만 폐수 출처조차 특정하지 못하는 등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 하수관로 상태 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반복되는 환경오염에 대한 주민 불신이 커지고 있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달서천사업소에 따르면 25일 오후 3시 30분쯤 염색산단 인근 하수관로에서 검은색 폐수가 관측됐다. 앞서 발생한 두 차례 폐수 유출 지점과 같은 장소다.

대구시와 서구청, 대구환경청은 전날 발생한 폐수 유출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가 검은색 폐수를 확인했다. 조사 결과 해당 폐수의 산성도(㏗)는 10㏗로, 통상 수치(5.8~8.6㏗)보다 높았다.

해당 폐수도 지난 두 차례 유출 사례와 마찬가지로 염료가 섞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청 관계자는 "발견 당시 하수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전물인 슬러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지만 조사 결과 염료가 포함됐다"며 "추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세차례 폐수 유출에도 관계 기관들은 폐수 출처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구청은 첫 폐수 유출 이후 경로 추적을 위해 맨홀 뚜껑을 열고 내부 하수의 색과 산성도(㏗) 등을 확인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달 24일 두 번째 유출에도 같은 방식으로 조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서구청 관계자는 "하수관로 대부분이 땅 속에 묻혀 있어 전체를 확인할 수 없다"며 "그냥 포기할 수 없으니 곳곳에 있는 맨홀이라도 활용해 추적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두 번째 폐수 유출 이후 서구청은 대구환경청과 함께 붉은 염료를 사용한 염색산단 업체 점검에 나섰다. 그 결과, 출처로 의심되는 사업장을 13곳으로 추렸지만 업체들이 사용하는 염료가 대부분 비슷한 탓에, 폐수 유출 지점 특정에는 실패했다. 같은 날 염색산단 자체 공동폐수처리 시설로 붉은 폐수를 배출한 업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폐수 유출의 고의성을 확신하기도 어렵다. 염색산단 업체들은 상수도 계량기에 명시된 공업용수 사용량을 기준으로 폐수 처리 비용을 지불하고 있어 폐수 무단 방류를 통해 업체가 얻는 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계 당국의 조사 방식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폐수 유출 경위 파악을 위해선 하수관로의 정확한 상태 진단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전관수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경위 파악에 실패한 상황이라면, 유출 경로로 의심되는 하수관거에 촬영 장비를 투입하는 등 내부 상태 파악에 나서는 방법도 있다"며 "그 과정에서 하수관 노후화나 파손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추후 폐수 유출 예방책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서구청과 대구환경청을 포함한 합동점검반을 꾸려 추가 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합동점검반 반장은 성웅경 서구 부구청장이 맡는다.

합동점검반은 폐수 출처로 의심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작업일지 확보 ▷작업 공정 ▷폐수 이송 경로 및 우수 배관 확인 등 정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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