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오후 열린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에서 "국민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들께서 이 나라가 지금 망국적 위기 상황에 있음을 직시하고 이를 극복하는 데 함께 나서 달라는 절박한 호소(呼訴)였다"며 "잔여 임기에 연연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 장관에게 '대국민 호소용' 목적을 분명히 밝혔으며, 소수 병력, 비무장, 경험 있는 장병을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을 "북한 등 주권 침탈 세력과 내부 반국가 세력이 연계해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 존립 위기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야당은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박탈해 간첩이 활개 치도록 했고, 경찰 특활비를 전액 삭감했다. 공직자 줄탄핵으로 헌정 질서 붕괴로 치달았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회 권한을 악용하는 것은 국헌문란"이라고도 했다.
헌법 제77조 제1항은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 몫이다. 그렇다면 헌재의 탄핵 심판은 작금(昨今)의 상황을 국가비상사태 상황으로 볼 수 있느냐를 먼저 따져야 한다.
현대 국가는 대규모 화력을 동원한 전쟁 같은 경성적(硬性的) 위험뿐만 아니라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 '하이브리드 전쟁' 위험에 노출돼 있다. 북한 등 외부 세력과 우리나라 내부 세력이 호시탐탐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 측은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탄핵 남발로 인한 사법부 기능 마비, 국회 입법 폭주, 야당의 정부 예산 일방 삭감 등으로 인한 정부의 정상적 작동 불능을 윤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탄핵 소추의 요건으로 '직무 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명시(明示)하고 있다. 여기에 '불법의 중대성'이라는 기준이 추가돼 있다. 헌재의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헌법을 중대하게 위반했는가'를 면밀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사실상 2시간 30분 만에 끝났다.(국무회의를 거쳐 해제까지는 6시간 소요) 동원된 계엄군 숫자는 소수였고, 계엄군은 국회의원 체포를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했다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은 오락가락했다. 요인(要人) 체포 명단을 공개한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은 여러 번 바뀌었고, 그가 제시한 메모는 신뢰성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국회가 계엄해제요구안을 의결하자 곧바로 계엄을 해제했다. '중대한 불법'으로 간주할 만한 행위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비상계엄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 '프레임'일 뿐 헌재의 재판은 달라야 한다. 적법한 절차와 공정한 심리를 통해 윤 대통령을 파면할 만한 '중대한 불법'을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형법 제87조에 의하면 내란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장악(掌握)하고 대한민국의 국가권력이 미치지 못하게 하거나,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하는 폭동(暴動)이 있어야 한다. 그랬는가? 형법 제91조에 의하면 국헌문란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해 전복(顚覆) 또는 그 권능 행사를 무력화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그랬는가?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내내 편파 불공정은 물론 위법 재판 논란에 휩싸였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이미선, 정계선 재판관의 좌편향 이념 성향, 정계선 재판관과 국회 대리인단의 인적(人的) 관계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출근 2일 만에 탄핵 소추돼 직무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4대 4로 엇갈린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결정이 공정한 심리 절차에 따른 것이 아니라 이념적 성향에 따른 결정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리 과정에서 보여 준 이념 편향성 논란도 모자라 최종 결정까지 정치적 이념에 휘둘린 판결을 내린다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抵抗)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헌재는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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