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황 선거서 드러나는 추기경들의 들끓는 야욕과 추문

가톨릭 정치 싸움 그린 스릴러 '콘클라베' 3월 5일 개봉

영화
영화 '콘클라베' 속 한 장면. 엔케이컨텐츠 제공

내달 5일 개봉하는 '콘클라베'는 교황 선거인 콘클라베를 주관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넷플릭스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2022)로 호평받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신작으로 정치 칼럼니스트 출신 작가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에서 노년의 추기경 로렌스(레이프 파인스 분)는 평소 아버지처럼 따랐던 교황이 숨이 멎자 콘클라베 단장직을 맡아 차기 교황 선거 절차에 들어간다.

첫 투표 전 시스티나 성당 연단에 올라간 그는 "주님께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우리를 인도해주십사 간구해야 한다"는 뻔한 말을 하더니 갑작스레 안경을 벗고 계획에 없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가 투표를 위해 모인 118명의 추기경을 향해 건넨 말은 "확신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죄요, 통합과 포용을 방해하는 강력한 적이니, 끊임없이 의심하는 교황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강력한 정치 연설처럼 들리는 그의 말에 추기경들은 술렁인다.

로렌스가 콘클라베 과정에서 목격하는 추기경들의 모습은 야욕과 추문, 암투로 들끓는 정치판 못지않게 살벌하다.

이들은 출신 지역이나 인종에 따라 파벌을 만들고 라이벌을 제거하기 위해 함정을 파놓는다. 자기가 반대하는 후보를 떨어트리려 '전략 투표'를 하거나 뒤에서 말을 맞춘다.

영화 속 교황이 개혁을 지향하고 백발의 백인이라는 점이 현 프란치스코 교향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는 각색을 통해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최근 폐렴으로 위중한 상황인 만큼 콘클라베 속 이야기는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다름 아닌 정치 스럴러물을 보는 듯한 재미에 있다.

로렌스가 추기경들의 민낯을 하나씩 벗겨내고 투표를 거듭할 때마다 긴장감으로 인해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빠른 템포의 현악 기반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스타일리시한 편집까지 더해지며 몰입감이 어마어마하다.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과 로렌스의 마지막 선택은 저절로 '아멘'을 읊조리게 할 듯하다.

로렌스는 추기경들에게 교황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내내 강조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그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권력을 추구하지 않는 자가 권력을 가질 자격이 있다"는 플라톤의 격언을 들은 그의 표정은 미묘하다. 어쩌면 이 작품에서 신의 가장 잔혹한 시험에 드는 인물은 로렌스일지 모른다.

로렌스를 연기한 파인스는 이 역할로 다음 달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있다. 1996년 '잉글리시 페이션트' 이후 29년 만의 노미네이트다. 북미 개봉 이후 커리어 중 가장 뛰어난 연기라는 극찬을 받았다.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아그네스 수녀 역의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전체 러닝타임 중 7분 51초만 등장했지만, 강렬한 연기로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됐다. '콘클라베'는 이 밖에도 작품상, 각색상 등 총 8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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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클라베' 속 한 장면. 엔케이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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