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핵폐기한 우크라이나의 뒤늦은 한탄…"핵무기 돌려달라"

소련 붕괴 직후, 세계 3대 핵무기 보유국…전술 핵탄두 2천개 보유
미국, 러시아 믿고 자발적 핵폐기 나섰다가 뒤늦게 후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

미국과 러시아 간 종전 협상에서 배제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과거 자발적 핵폐기에 대한 후회를 잇따라 토로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문제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핵)무기를 나눠줬지만, 그 대가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을 위해 나토 가입을 희망하면서 한 발언이었다.

러시아의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어렵다면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보유를 반대급부로 허용해 달라는 뜻이 내포돼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 직후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다. 소련이 우크라이나 영토에 있던 핵무기를 철수하지 않고 붕괴했기 때문이었다.

무려 1천240개의 전략 핵탄두와 176기의 SS-19와 SS-24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44대의 전략 폭격기(TU-160과 TU-95), 대략 2천개로 추정되는 전술 핵탄두를 보유했었다.

하지만 냉전 붕괴의 새로운 세계질서에 부응해 우크라이나는 자발적인 핵폐기를 선택했다. 1994년 1월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 우크라이나의 레오니드 크라프추크 대통령은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우크라이나는 1994년부터 1996년까지 4회에 걸쳐 핵탄두를 모두 러시아로 이전했다.

각서의 내용은 우크라이나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을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독립주권을 약속하고, 미국과 러시아, 영국은 우크라이나 국경선을 존중하는 한편 우크라이나가 핵공격을 받으면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한 뒤 우크라이나는 지원하는 것 등이 핵심이었다.

자발적인 핵폐기를 결정할 때 우크라이나 의회 인사들과 군부는 핵을 포기할 경우 러시아로부터 정치적 군사적인 압박을 받을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제 불안과 재정문제 등의 이유로 결국 핵폐기를 결정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자발적 핵폐기 결정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보유했다면 러시아가 그렇게 쉽게 침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뒤늦은 후회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핵무기 제공방안을 거론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지난해말 퇴임 전에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검토하면서 핵무기 카드를 제안할 수도 있다고 당시 미국 언론들이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획득 시도를 막을 것"이라며 미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의 핵무기 요구는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초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과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이 오래 걸린다면 안보 보장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을 믿고 자발적인 핵폐기를 했지만 러시아 침공이라는 참상을 맞이한 만큼 포기했던 핵무기를 다시 갖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힌 셈이다.

이에 대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공개된 보수성향 매체 브라이트바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요구를 일축했다.

루비오 장관은 "그 누구도 그런 제안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핵무기를 갖는 게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핵무장 국가를 더 늘리는 게 아니라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발적인 핵폐기를 선택한 우크라이나이지만 다시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는 단호한 뜻을 확인한 것이다.

종전 협상에서도 미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에 비해 열세에 처한 우크라이나의 현실과 반성이 두드러지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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