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과잉 진료 원천 차단 자동차보험 개선, 진작 했어야

속칭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를 원천 차단하는 '자동차보험 부정 수급 개선 대책'이 나왔다. 범퍼가 긁히는 정도의 경미한 사고 후 뒷목을 잡고 쓰러지거나 허리, 어깨가 결린다며 '향후치료비'를 요구할 수 없도록 바꿨다. 향후치료비는 치료가 끝난 뒤 생길 수도 있는 추가 치료에 대해 미리 주는 일종의 합의금이다. 26일 국토교통부 등의 대책은 경상(輕傷) 환자가 8주 이상 장기(長期) 치료를 받으려면 보험사에 추가 서류를 내야 하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금 지급보증을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향후치료비는 애초에 제도적 근거도 없었다. 환자가 앞으로 더 아플 수도 있다는 핑계로 치료를 질질 끄는 상황을 막고자 보험사가 조기 합의를 위해 지급해 왔다. 2023년 경상 환자 향후치료비는 1조4천300억원으로, 실제 진료비(1조2천900억원)보다 많았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사고 후 합의 기간이 길수록 향후치료비도 커졌다. 경상환자가 4주 이내 합의 시 1인당 향후치료비는 72만원인데, 8주가 되면 86만원, 12주는 101만원, 18주는 116만원에 달했다. 병상에 드러누워 있을수록 합의금 성격의 향후치료비도 커졌다는 뜻이다. 발생하지도 않은 손해를 보상하는 돈이라 실손보상(實損補償) 원칙에도 위배된다.

국토부는 상해 등급 1∼11급의 중상 환자에게만 향후치료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경상 환자(상해등급 12∼14급)는 원천 배제(排除)된다. 8주 초과 치료를 원하면 진료기록부 등을 내야 하고, 보험사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면 지급보증 중지를 통보할 수 있다. 다만 보험사기에 연루(連累)된 의사나 병원에 대한 처벌 내용이 없어 아쉽다. 과잉 진료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인데, 2023년에만 5천476억원(6만5천 명) 규모의 자동차보험 사기가 적발된 점으로 미뤄 추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 대책으로 개인 자동차보험료가 3%가량(연간 2만원) 내려가는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불필요한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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