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선관위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에서 "감사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인력 관리에 대한 직무감찰을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선관위를 공적 감사에서 제외되는 현대판 '소도'로 만든 것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 내에서 어떤 부정과 비리가 저질러져도 검찰이나 우리 사회는 공적 감사에 관한 한 최고의 노하우와 권한을 가진 감사원을 통한 상시 감시는 할 수 없게 됐다. 시대착오적인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反逆)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헌재는 선관위의 손을 들어준 이유로 두 가지를 들었다. '감사원은 행정부 내부의 통제 장치 성격을 갖고 있어 정부와 독립된 헌법기관인 국회·선관위 등은 감사원의 감사 권한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이 선관위 직무 감찰을 하게 되면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가 훼손(毁損)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 내에서 자행(恣行)되어 온 불법과 비리를 보고도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그런 비리와 불법이 있어도 우리 사회는 상관하지 말라는 소리다. 감사원이 공개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선관위가 지난 10년간 291차례 진행한 경력경쟁채용 모두에서 규정 위반이 발견됐다. 자그마치 878건에 이른다. 채용 때마다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이다. 가족끼리 회장, 사장, 상무 다 해 먹는 사기업도 아니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경악(驚愕) 그 자체다.
허술한 채용 절차에 채용 청탁은 예사였다. 더욱 놀라운 건 선관위 직원들의 해명이다. 감사원 조사 과정에서 "선관위는 가족 회사"라는 망발(妄發)이 나온 건 약과다. 심지어 "과거 선관위가 경력직 채용을 할 때 믿을 만한 사람을 뽑기 위해 친인척을 채용하는 전통이 있었다"는 진술도 있었다고 한다. 선관위 자체 감사는 제대로 됐을까. 2021년 경남선관위에서 자녀 특혜 채용이 있었다는 투서가 접수됐는데 '문제없음'으로 종결 처리되기도 했다.
이런 저간의 사정들을 알고도 선관위가 독립적인 헌법기관이니 감사원 감사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것은 특혜를 인정해 주라는 것 말고는 해석할 길이 없다. 선관위가 외부 감시 부재를 악용해 그간 자행한 불법 행위는 국민에 대한 조직적 배임(背任) 범죄다. 헌재의 판단 역시 이런 범죄 행위를 감시 차단하지 못하게 하라는 배임이다. 헌재를 없애 버려야 할 이유가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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