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다'라는 형용사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집이 좁다, 속이 좁다, 혈관이 좁다, 길이 좁다, 인간관계가 좁다. 어떤 말에 '좁다'라는 형용사를 붙여도 듣기 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왜 면적이 좁다는 것이 부정적인 얘기여야 할까? '좁다'라는 어휘가 항상 좋지 않다는 뜻을 연상시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 '길이 좁다' 또는 '좁은 길을 걷는다'는 표현은 개선되지 않은 길, 어두운 골목길, 사람들이 피하는 길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대로를 두고 굳이 돌아가야만 하는 외진 길처럼 느껴진다. 역시 '길'이라는 명사에 '좁다'는 의미가 붙으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비주류의 길처럼 느껴진다. 마치 '군자대로'라는 사자성어처럼 넓은 길을 가야만 제대로 된 길이라 생각될 때가 있다.
이것을 나의 경우에 대입해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는 좁은 길을 걸었었나 싶다. 고등학교 시절, 많은 친구들이 가는 길을 놔두고 전공을 바꿔 음대에 진학했고, 주변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는 새로운 전공을 택해 해외에서 언어 장벽과 인종차별을 겪으며 공부했다. 또한, 모두가 원하는 수도권도 아닌 시골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남들이 가는 넓은 길을 두고 좁은 길을 선택했지만, 그 길은 나에게 확고한 내 길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선택이 자부심이 된다.
요즘 수험생들의 분위기를 보면, 본인의 취향보다는 가능하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이 넓은 길이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아주 어린 아이의 엄마들도 자신의 교육관보다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대로 소위 '7세 고시'를 치르는 모습이 연일 화제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정하고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정말 넓은 길이 되는 것일까? 그 길이 정말 긍정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남들이 정해 놓은 길을 따른다고 해서 그것이 '넓은 길'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길을 걷는 데 있어 '넓다'와 '좁다'를 논하기 전에 중요한 점은, 자신이 그 길을 얼마나 주도적으로 걷고 있는가일 것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칭송하는 넓은 길을 가더라도, 내가 그 길을 선택하고 주도적으로 걸어간다면 그것은 내 길이 된다. 어떤 길을 가더라도 자신이 앞장서서 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길이 좁고 넓음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주도적으로 걷는 것이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길을 찾고, 그 길을 걸어가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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