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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서류·면접 조작 팁' 정리파일까지 만들어…감사에 은폐 시도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28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채용 비리 실태가 드러난 가운데 직원들 간에 서류와 면접 평가를 조작하는 방법을 '팁'이라 부르며 이를 파일로 정리하기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감사원의 선관위 감사보고서에 이같은 팁을 파일로 저장하고, 감사가 시작되자 증거 인멸까지 시도한 정황이 담겼다.

지난 2022년 2월 전남선관위의 채용담당자 A과장은 경력직 채용 응시자 명단에 만 35세를 넘는 생년월일에 파란색을 칠해 면접위원들에게 배부했다. 채용 과정에 나이 제한이 없는데도 나이로 거르기 위한 꼼수 중 하나라는 것이다.

채용 과정이 마무리 된 뒤 한 실무자는 '서류전형과 면접 팁'이란 파일까지 만들어 저장했는데 '편법으로 서명 부분만 미리 받거나', '평정표를 수정하고' '심사위원이 아닌 인사담당자가 심사집계표를 집계해 합격자를 결정한다'는 내용까지 자세히 적혀있었다.

2023년 채용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선과위가 자체 감사에 돌입하자, "해당 파일을 폐기하라"는 지시를 하는 등 증거 은폐도 시도한 걸로 조사됐다.

감사보고서에는 파일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된 간부가 "세상 다 끝난 사람처럼 좌절한 표정을 지었다"는 진술도 있었다.

채용 특혜와 함께 해이해진 근무 기강 실태도 드러났는데, 강원과 제주에서 근무한 한 직원은 8년 동안 800일 넘게 해외에 체류하면서 180일 넘는 무단결근과 '셀프병가'를 이용한 걸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 27일 감사원은 채용 비리에 연루된 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직원 32명에 대해 선관위에 징계를 요구하거나 비위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7개 시도선관위의 가족·친척 채용 청탁, 면접 점수 조작, 인사 관련 증거 서류 조작·은폐 등의 비위를 골자로 한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선관위 고위직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가족 채용을 청탁하는 행위가 빈번했고, 인사·채용 담당자들은 각종 위법·편법적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공무원을 지방공무원으로 채용하는 경력경쟁채용(경채) 과정에서 이같은 비리가 빈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2013년 이후 시행된 경채 291회를 전수 조사한 결과 모든 회차에 걸쳐 총 878건의 규정 위반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선관위 고위직·중간 간부들은 인사 담당자에게 거리낌 없이 연락해 채용을 청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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