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수출에 경고등이 커졌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 감소한 96억달러로 집계돼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연속 유지됐던 '100억달러 이상' 수출 기록도 9개월 만에 멈춰 섰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16%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품목으로 전체 수출 실적을 좌우해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향후 트럼프 2기 미중 관세 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중간재 수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96억달러로 집계돼 전년 대비 3%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5월 114억달러를 시작으로 올해 1월까지 8개월 연속으로 100억달러 이상 행진을 이어갔다.
앞서 지난해 4월에는 99억6천만달러로 아슬아슬하게 100억달러에 못 미쳤고, 지난해 3월에는 117억달러로 100억달러를 가뿐히 넘겼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30∼50% 증가율을 기록했던 반도체 수출은 올해 1월 증가율이 8%로 뚝 떨어졌고, 급기야 2월에는 3% 감소로 돌아섰다.
산업부는 인공지능(AI) 산업에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DDR5 등의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범용 메모리 반도체인 DDR4, 낸드 등의 고정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계절적 비수기 요인으로 범용 메모리 반도체의 단가가 하락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둔화했다는 것이다.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에는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성장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를 필두로 한 중국 반도체 업체의 범용 메모리 저가 물량 공세와 공급 과잉이 맞물려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고정 가격은 작년 같은 달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DDR5 16Gb(기가비트), DDR4 8Gb, 낸드 128Gb 가격은 각각 작년보다 7.5%, 25%, 53.1% 떨어졌다.
이에 따라 2월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도 58억달러로 4% 감소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액은 34억달러로 2% 감소했다.
올해 반도체 수출 감소세가 일시적인 계절적 비수기 요인 이상으로 본격화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적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과 맞물려 미국의 IT 제품 소비가 위축되면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감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4일부터 대중국 관세 추가 10%를 부과한 데 이어 3월 4일부터 또 10%의 추가 관세를 또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는 아이폰을 포함한 미국 내 IT·가전 소비를 쪼그라들게 하고, 중국 내 생산 감소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1천330억달러(약 195조원)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인 점을 고려하면 미중 무역전쟁의 불똥이 한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통화에서 "아직은 계절적 요인 등이 있어 반도체 수출이 둔화하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미중 통상 압박으로 중국으로의 첨단 반도체 수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범용 반도체의 중국 자립도도 향상돼 범용 반도체 단가 하락과 수출 물량 둔화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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