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최종 선고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3·1절을 맞아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대규모 반탄 집회가 열렸다. 오는 11일을 전후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사실상 마지막 집회라 어느 때보다 열기가 대로를 가득 메웠다. 여의대로에 운집한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부터 내린 비에도 아랑곳없이 '탄핵 반대' 구호를 외쳐댔다.
1일 오후 1시 보수성향 기독교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여의대로에서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나섰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이날 마지막 연사로 무대에 오른다. 이날 여의대로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5만여명, 집회 추산 3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경찰은 집회현장을 관리하기 위해 여의도에 21개 부대 1천400명, 경찰버스 70대를 동원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마포대교남단~서울교남단 일대는 통제됐다.
이날 집회는 여당이 막판 장외 여론전에 화력을 끌어모으고, 집회 측도 '총동원령'을 내리면서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 시작 전인 낮 12시쯤부터 전세버스를 타고와 여의도 공원 일대에 자리를 잡았다. 일부는 챙겨온 돗자리를 깔고 앉아 김밥으로 끼니를 떼우며 집회를 기다리기도 했다.
집회 시간이 임박한 12시 30분쯤부터는 여의대로 일대 혼잡도가 극심해져 여의도역 3번 출구는 아예 폐쇄돼 서울교통공사 측은 우회로를 안내하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하철 통로에서부터 두 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꽉 쥐고 일제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구호를 큰소리로 외치며 대동단결한 모습을 보였다.

오후 1시가 되자 집회 참가자들은 '행배야 가라! 북한 인민재판소로', 'STOP THE STEAL', '더불어탄핵당 해체' 등의 피켓을 꺼내 들어보였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2시 기준 김기현, 추경호, 강대식, 나경원, 윤재옥, 정희용 의원등 국민의힘 의원 총 37명이 참석했다. 진행자가 참석 의원들의 이름을 호명할 때마다 거리에서는 연신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집회 화력이 거센 만큼 이날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집회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부산에서 상경한 박오른(28) 씨는 "일련의 탄핵 재판 과정에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고 대통령의 방어권도 보장되지 않았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우리법연구회 성향 판사들이 모두 장악해,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자녀 둘과 함께 인천에서 온 강수진(45)씨는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물러설 수 없다"며 "자유가 무너지면 생업을 지키는 일도 쓸모가 없어진다. 만약 탄핵이 인용될 경우 생업을 던지고서라도 집회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겠다"고 했다.
반탄 집회가 수개월간 진행되면서 'N 번째' 참여 중이라는 참가자들도 늘었다. 아내와 함께 매주 반탄집회만 열 번이 넘게 참여했다는 충남 당진 시민 손현동(32) 씨는 "처음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왜 했는지 의문이었지만, 편파적인 보도만 하는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와 SNS를 통해 계엄의 진실을 알게 됐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해치는 부정선거 때문에 계엄이 선포된 만큼, 윤 대통령이 얼른 복귀해 선관위를 철저히 조사해야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석동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옥중서신을 전달했다. 석 변호사는 "지지자들이 모였다는 이야기를 하자 윤 대통령은 '나는 건강하다, 잘 있다'고 꼭 전해달라고 했다"며 "윤 대통령은 불법 체포됐지만 '나라를 정상화할 수 있다면, 체포되는 일은 감수할 수 있다'며 흔들림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탈법과 비상식이 난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윤 대통령을 꼭 지켜야 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뒤이어 단상에 오른 개명 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는 "계엄 사태가 벌어지고 '왜 엄마를 잡아 넣고 네 인생을 힘들게 한 윤 대통령을 지지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윤 대통령을 원망한 적도, 앞으로도 원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못 지킨 것을 10년을 후회했다. 이번에는 지지 말고 나라를 수호하자"고 말했다.
세이브코리아측은 오후 4시 30분쯤 집회가 마무리하고 국회의사당 앞까지 행진을 진행한다. 당초 경찰청은 세이브코리아 측의 행진 신청에 '옥외집회 제한통고'를 처분했지만 세이브코리아가 해당 처분에 대해 신청한 '집행정지가처분'을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하면서 행진이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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