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꿈꾸는 시] 정숙 '검은 숲속에서'

1993년 계간지 '시와시학'으로 신인상…첫시집 '신처용가'·제 8시집 '연인, 있어요'
2010년 1월 만해 '님' 시인상 수상…2015년 12월 대구시인협회상 수상

정숙 시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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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숲속에서〉

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꽃 피우는

봄이 되는 것


봄날이 사람들 사이 화안한 빛 찾아주려면


잔뿌리 굵게 키워


숨결 가쁘게 물 자아올려야 한다

밤낮 물레를 돌려 흙으로 빚은


봄바람이

연분홍 치맛자락 사알살 일렁여서

홍매 향 뿜어내는

달항아리 속 햇살 조각을 찾아내도록

뒤란에 숨긴 풋정이 이제라도

연둣빛 새싹 키우도록

정숙 시인
정숙 시인

<시작 노트>

어둠 속에서 가만히 앉아 꿈이 이루어지길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봄이 되려고, 맨손으로 땅을 파면서 뿌리를 내리려 안간힘 쓰는, 간절하면서 처절한 순간이 더 짜릿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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