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김태진] 고령(高齡) 리스크

김태진 논설위원
김태진 논설위원

올해 71세인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 대통령으로 처음 선출된 2000년, 그는 40대 기수(旗手)였다. 전임 보리스 옐친의 주정뱅이 이미지와 자연스레 차별됐기에 건장한 체구를 드러내지 않아도 건강 리스크(Risk)로 위협받을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상체 자랑은 유별났는데 '굳이 이걸 왜' 싶을 만큼 걸핏하면 웃통을 벗어 근육을 뽐냈다. 국기(國技) 삼보(Sambo)를 하는 모습도 노출했다. 스스로 활력 있는 모습을 드러내 건강이상설도 불식(拂拭)하겠다는 계산이다.

마하티르 모하맛 전 말레이시아 총리가 2018년 다시 총리직에 올랐던 때(1981~2003년 22년간의 총리 역임 이후 15년 만) 그는 93세였다. 외과의사 출신인 그가 밝힌 건강 유지법 중 하나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 산책이었다. 그의 고령을 염두에 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여전히 건강하며 매일 걷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후에도 직접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1925년생인 그는 아직 살아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의 턱걸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턱이 철봉을 넘어간 게 여섯 차례였다. 팔 힘에만 의존하거나 '배치기(몸의 반동을 이용해 턱을 당기는 꼼수)'를 가미하지 않고 광배근에 힘을 줘 올라가는 정통 방식이라는 엄격한 평가도 따른다. 칠순을 훌쩍 넘긴 1951년생 동년배들에 비해 월등한 체력임은 분명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표현은 고대 로마의 시인 유베날리스가 쓴 풍자시에 등장해 지금껏 유효하게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몸이 불편하면 만사가 귀찮다. 쉽게 가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본인이 움직이기 싫으면 남을 부리려 든다. 본인도 해보지 않고 되는 일인지, 아닌지 가늠하려 하니 무리수를 둔다. 입으로만 떠들면 못 할 게 어디 있겠나.

'천수경'의 첫머리에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좋다, 좋다, 아주 좋다, 모두 다 좋아지길)'라는 산스크리트어 주문이 나온다. 말 그대로 '입을 깨끗이 하는 주문'이다. "의식이 지체된 2030 고립" "노인들은 투표장에 안 나와도" 등 실언(失言)으로 곤혹스러워하던 이들에게 고령·건강 리스크에 앞서 관리할 게 뭔지 명확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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