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치솟는 식품 물가, 서민 살림 더 팍팍해진다

원재료 가격 인상에다 환율 상승까지 가세하면서 식품값이 치솟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2.7%로, 지난해 1월(3.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적이라고 했지만 고환율에 국제 유가(油價) 상승까지 겹치면서 물가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빵업체들은 평균 5~6%씩 제품 가격을 올렸고, 원두 가격에 따라 커피값도 계속 오름세이며, 수입 맥주와 음료 가격도 10~20% 올랐다. 농림축산식품부 장·차관이 "어려운 때를 다 같이 극복하자" "수익이 줄어 가격을 올리면 소비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외식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면서 식품업계에 물가 안정 동참(同參)을 호소했지만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1분위)의 식비 부담이 5년 새 40% 늘었다. 소득 2~5분위의 증가 폭(25% 안팎)에 비해 확연히 높다. 소득 대비 필수 생계비 부담이 훨씬 큰 서민층의 살림이 바닥부터 흔들린다는 의미다.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월 103만7천원인데, 이 중 절반가량을 식비에 썼다. 반면 상위 20%(5분위)는 처분가능소득(891만2천원) 중 식비 비중이 15% 아래였다. 가전제품·가구 등 내구재(耐久財)나 의복과 달리 식비 지출은 아끼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물가 상승폭이 컸던 10개 품목 중 9개가 식료품이다 보니 아무리 씀씀이를 줄여도 지출 부담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고환율과 관세전쟁 등으로 가공식품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를 언급할 때마다 환율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올해 하반기 환율이 다소 진정돼도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업계는 식자재·포장재·에너지·물류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소비가 더 줄어들면 남는 것은 공멸(共滅)뿐이다. 상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업계는 장기적 안목으로 내다보고, 정부는 물가 상승에 편승(便乘)해 부당 이득을 꾀하는 얌체 기업을 단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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