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우크라이나 딱한 처지 보면서도 여전히 꿈속 헤매는 한국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설전(舌戰)으로 파행(跛行)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휴전 조건으로 '푸틴이 10년 동안 휴전 약속을 25번이나 깨뜨린 만큼, 명확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트럼프는 안보 보장은커녕 젤렌스키를 향해 "무례하다"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몰아세웠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 정상회의를 잇따라 열고, 유럽에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이 우크라이나 단독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고 여력도 없다. 결국 러-우 전쟁은 침략자 러시아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다. 이는 강대국의 침략을 국제사회가 용인하는 것이자, 러시아가 또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정치적으로 침범해도 막을 길이 없음을 시사(示唆)한다.

1950년 북한이 소련을 등에 업고 남침했을 때, 미국은 즉시 한국을 구하기 위해 참전했다. 하지만 중공군이 개입하고 전쟁이 장기화되자 발을 빼려고 했다.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으로 휴전을 강요한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입지는 지금 젤렌스키 대통령보다 못했다. 그럼에도 이승만은 굳은 의지와 외교력으로 치열하게 협상했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이끌어냈다. 그 덕분에 대한민국은 70년 이상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미국은 '세계 경찰'을 자임(自任)했다. 트럼프의 이번 '휴전' 추진은 미국의 기조(基調)가 변했음을 보여 준다. 이는 대통령 트럼프의 개인적 기질 때문이 아니다. 미국인 다수의 인식이 변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다. 과거 이승만 대통령은 의지와 외교력으로 대한민국을 구했지만, 작금의 정세에서 의지와 외교만으로 나라를 지킬 수 없다.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경제력, 외세가 넘보지 못할 국방력,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국민의 굳은 의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는 뭘 하고 있나. 외국 간첩들과 북한 지령을 받는 자들이 활개 쳐도 막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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