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베이커 감독의 영화 '아노라'가 모두의 예상을 웃도는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5관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특히 여우주연상은 이변으로까지 불리울 정도로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다.
'아노라'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 작품은 남우조연상(유라 보리소프) 한 부문을 제외하고 모두 수상으로 이어지는 기록을 썼다.
아노라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데 이어 오스카도 휩쓸었다.
해당 영화는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의 스트리퍼가 시부모로부터 동화 같은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베이커 감독은 '아노라'로 생애 첫 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탠저린'(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드 로켓'(2022) 등을 통해 미국 내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조명한 감독이다.
그는 "진정한 독립영화를 인정해준 아카데미에 감사를 표한다"며 "이 영화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피와 땀, 눈물로 만들었다. 독립영화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세상이 분열되고 있다고 느끼는 요즘 중요한 경험이 된다"며 "극장이 위협받고 있지만 극장 관람이라는 위대한 전통을 계속 이어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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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노라'에서 주인공 아노라 역을 맡은 마이키 매디슨(25)은 20대 배우로서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를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가져가는 이변을 일으켰다.
매디슨은 "성노동자 커뮤니티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앞으로도 계속 지지하고 동맹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아노라의 5관왕은 그야말로 이변이다. '오스카 레이스' 초기만 해도 '아노라'가 다관왕을 차지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됐다.
'에밀리아 페레즈'(13개 부문 후보)와 '브루탈리스트'(10개), '콘클라베'(8개) 등이 여러 부문에 이름을 올린 데다 미국의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성과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에밀리아 페레즈'의 주연 배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오 표현을 올린 이력이 보도되고 '브루탈리스트'는 배우들의 발음 교정 등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아노라'는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작품상, 미국제작자조합(PGA) 최우수작품상,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을 받는 등 오스카를 앞두고 무서운 기세로 뒷심을 발휘했다.
올해 오스카에서 가장 예측이 어려웠던 부문 중 하나인 남우주연상은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테 샬라메, '어프렌티스'의 서배스천 스탠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2003년 '피아니스트'로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던 그는 22년 만에 생애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공교롭게도 그는 유대인 예술가를 연기한 두 작품으로 상을 받게 됐다.
브로디는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며 "과거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교훈"이라고 말했다.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브루탈리스트'는 남우주연상을 비롯해 촬영상과 음악상까지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영화 '듄: 파트 2'는 음향상과 시각효과상 등 2개 부문을 차지하며 웅장한 영상미를 인정받았다.
장편 애니메이션상은 라트비아 작품 '플로우', 단편 애니메이션상은 '사이프러스 그늘 아래'가 각각 수상했다.
축하 무대에서는 블랙핑크 리사가 K팝 가수 최초로 무대를 꾸몄다. 신곡 '본 어게인'(Born Again) 작업을 같이 한 미국 래퍼 도자 캣, 영국 싱어송라이터 레이와 영화 '007' 시리즈 주제가를 부르는 헌정 공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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