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대구미술관에서 션 스컬리(Sean Scully, 1945~)의 대규모 회고전이 개최된다. 대구에서의 전시를 알리는 작가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기대하는 관람객들의 댓글이 빼곡하다. 하지만 작가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넓은 붓질이 겹겹이 쌓여 수평 수직으로 가득 찬 캔버스를 감상하고 있으면, 추상회화의 난해함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형태를 부수고, 색과 선만으로 표현된 캔버스에는 구체적인 대상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그린 것인지 해석의 어려움이 있다.
현대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션 스컬리의 회화에는 수평, 수직, 그리고 색블록이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다. 스컬리의 기하학적인 패턴들은 단순히 색면 추상 또는 스퀘어가 반복되는 미니멀리즘과는 다르다. 그의 작품은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리듬을 담아낸 시각적 시에 가깝다.
스컬리는 몇 번의 여행을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었는데, 대표적으로 멕시코의 마야 유적지의 돌벽이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건축물 벽을 품을 풍경의 빛과 그림자가 서로 엮이며 변화하는 모습에 감명 받았던 작가는 벽을 타고 흐르는 빛의 움직임, 시간의 변화를 작품에 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예측하자면, 아침에는 따뜻한 빛이 들고, 저녁에는 그림자가 길어지는 하루의 흐름, 그 순간들을 색블록으로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돌벽은 단순히 벽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는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의 'Wall of Light' 연작에는 빛, 시간, 그리고 감정을 겹겹이 쌓여 있다.
또 다른 연작 'Landline'에는 '땅과 바다, 하늘과 대지가 만나는' 지평선에서 받은 영감을 담았다. 넓은 붓질을 가로로 겹겹이 쌓아 올린 구성은 색채의 질감을 강조하며 회화적 깊이를 더했고, 지평선을 이루는 요소들이 나란히 모여 시작과 끝이 얽히고설킨 그 미묘함을 포착했다. 작가의 'Landline' 연작은 세상을 이루는 수평들이 서로 껴안고 다가가는 방식과 그 사이의 불확실한 공간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확장했다. 이 시기는 스컬리의 색채와 질감에 대한 탐구가 더욱 심화된 때였다.
스컬리의 회화는 세상과 연결돼있다. 션 스컬리는 단순한 미니멀리즘을 넘어서, 색과 구조를 통해 자연의 감성을 표현하는 독창적인 회화 언어를 구축했다. 그의 예술은 단순한 기하학적 구성과 형식적 실험이 아니다. 그의 회화를 마주할 때, 우리는 빛과 어둠,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담아낸 깊은 감성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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