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하중환] 스마트폰에 갇힌 영유아, 미래 세대가 위험하다

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
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

오늘날 스마트폰은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필자도 스마트폰은 물론 스마트 패드를 잘 활용하며, 늘 복잡하고 바쁜 의정활동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하물며 요즈음 젊은 사람들 나아가 어린아이들은 오죽하겠나 싶다.

식당이 떠나갈 듯 울던 아이들에게 부모가 스마트폰을 쥐여주면 울음을 그치는 스마트폰의 마법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 영유아의 발달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유아가 스마트폰에 과의존할수록 상황에 맞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화용 언어능력이 저하된다고 한다. 또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 대상 중 23.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됐으나, 유아동의 스마트폰 과의존은 25%에 달해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그야말로 우리 영유아들이 스마트폰에 갇혀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이대로면 우리 미래 세대가 위험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다양한 예방 정책과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교육을 제공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는 지역의 특성과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관련 예산이 부족해 지역별 맞춤형 대응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현재 정부 차원의 스마트폰 사용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만,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부모가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부모와 교사가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 내 보육시설, 육아지원센터, 교육기관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가이드라인을 실생활에서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 예로 부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유아와 부모가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 조절을 위해'스마트폰 약속 시간을 지켜요'라는 주제의 안전교육을 실시해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해외의 경우 대만에서는 2세 이하 영유아의 디지털 기기 사용을 법적으로 규제하고, 부모의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과의존이 게임중독과 디지털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우리도 부모가 영유아의 스마트폰 사용을 적절히 제한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영유아를 직접 지도하는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부모에게만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대구시 보육 주관 부서에서 영유아 부모를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지도법 교육을 정례화하고, 가정 내 올바른 디지털 습관 형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스마트폰을 대신할 놀이문화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아이들이 손바닥만 한 화면 밖으로 뛰쳐나와 넓은 세계로 향하도록 그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이다.

현재 대구시에는 필자가 발의한 '영유아 발달 지원 조례'가 있지만, 정부와 대구시의 예산 부족으로 인해 적극적인 사업 추진이 사실상 어렵다.

대구시의회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야 하며, 아울러 예산확보를 위해 정부 및 대구시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또한 필자도 지능정보화사업에서 영유아 대상 사업만큼은 보육 주관 부서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조례 개정을 통해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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