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안보'도 흥정의 대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또 자신의 구상을 따르지 않고 반발하면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하루아침에 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국이 가진 재정력과 국방력 등 막강한 힘을 내세워 상대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상대국을 굴복시키는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의 전형적인 협상 전략으로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모든 군사원조 중단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판단될 때까지 운송 중인 물자를 포함해 모든 군사원조를 멈추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이다.
이 같은 조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는 치명상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의 지원은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전투력을 떠받친 주요 기둥이었기 때문이다.
독일 킬(Kiel) 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2022년부터 약 3년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원조 규모는 약 1천197억 달러(174조5천억원)로 집계된다.
이날 조치는 미국이 제시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안과 광물협정안을 거부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굴복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고성으로 언쟁을 벌이며 종전안 등을 둘러싼 파열음을 노출했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은 쫓겨나듯 백악관을 떠났고, 양국이 예정했던 광물협정 체결도 불발됐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해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아무런 패(card)가 없다"며 취약한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부각하기도 했다.
그 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은 살아있다며 추진 재개를 시사했고, 종전안에 대해선 "합의를 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단행한 군사원조 중단 조치에 비춰본다면, 이 발언은 결국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가진 막강한 '패'를 이용해 우크라이나가 자국 이익을 포기하도록 굴복을 끌어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될 해석된다.
◆우방국들 바짝 긴장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더욱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주변국을 코너로 내몰았다. 군사적 우위와 관세 등 경제적 수단이 압박에 동원됐다.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오랜 동맹들조차 위기감을 느꼈고 한국 등 미국의 동아시아 우방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 등 미국의 동맹들과 관계가 좋지 않은 권위주의 국가들은 환호할 상황으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득세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간판 스트롱맨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고무적으로 보고 연일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나토에 대한 미국의 헌신을 의심하게 된 유럽의 지도자들은 별도의 안보 협정을 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러시아와 분쟁 때 미국이 발을 뺄 가능성이 커지자 홀로서기에 나서 독자적인 핵우산을 구축하겠다는 논의까지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체결한 구속력 있는 안보 협정에 의존해 온 일본과 한국, 중국의 위협을 미국의 안보 우산으로 대응하려던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생각이 복잡해지면서 각자도생을 위한 군비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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