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시속으로] 패턴의 우연한 뒤틀림, 회화의 시작이 되다

갤러리신라, 니콜라 샤르동 개인전
3월 4일부터 4월 5일까지

니콜라 샤르동 작가가 갤러리신라 대구의 전시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니콜라 샤르동 작가가 갤러리신라 대구의 전시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이연정 기자
니콜라 샤르동 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갤러리신라 대구의 전시장 전경. 완성된 작품들이 놓여있다. 이연정 기자
니콜라 샤르동 작가가 작업하고 있는 갤러리신라 대구의 전시장 전경. 완성된 작품들이 놓여있다. 이연정 기자

갤러리신라(대구 중구 대봉로 200-29)가 프랑스 작가 니콜라 샤르동의 개인전을 4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

2021년 당시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에 작품만 보낼 수밖에 없었던 작가는 이번에 그 아쉬움을 풀어내듯, 지난달 22일부터 갤러리신라 대구의 전시장에 작업대를 펼쳐놓고 일주일 가량 작업에 몰두해왔다.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한국에 오기 전 전시 구성 등 계획을 다 짜왔지만, 공간에 맞게 작품을 일부 바꾸기도 했다"며 "직접 현장에 와서 작업하며 갤러리 직원들과 소통하고 함께 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 방식은 독특하다. 면 원단으로 먼저 캔버스를 짠 뒤 그 위에 체크 무늬의 천을 덮어 고정하는데, 이 때 천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생겨난 무늬의 변화가 작업의 시작이다.

그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삐뚤빼뚤한 무늬의 선 위에 작고 큰 네모 형태나 선으로 페인팅을 해 새로운 공간을 구성한다. 언뜻 보기에 같은 색과 같은 모양인 것 같지만, 천을 당기는 힘에 따라 선이 달라지고, 그에 따라 위에 얹히는 형태도 달라지기에 그의 작품은 똑같이 생긴 것이 하나도 없다.

ⓒNicolas Chardon, NC2423A, 2024, 갤러리신라 대구
ⓒNicolas Chardon, NC2423A, 2024, 갤러리신라 대구

이번 전시는 '컷츠(CUTS)'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지금까지 작업해오며 사용한 천들의 자투리를 재활용해 작품으로 선보인다. 또한 흰색으로 밑바탕을 칠하던 이전 작품과 달리 체크무늬를 그대로 살려내고, 무채색의 면과 선으로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만들어냈다.

"제 작품에는 여러 공간감이 마치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있습니다. 물감과 천이라는 물질 사이의 공간감, 천 위의 그리드가 만들어낸 공간감, 파리에서의 재료가 공간 이동을 통해 대구에서 새로운 동력으로 재탄생한 의미 등이 담겨있죠."

간단하고 쉬운 작업 같지만, 그는 철저하고 완벽하게 준비하려 지난해 9월부터 이미 작품과 전시 구상을 해뒀다. 미리 천 위에 네모난 종이를 얹어보거나 전시장 구조에 맞게 작품을 배치해보기도 했다고.

동시대 프랑스 현대 회화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회화를 어떻게 살아 있는 행위로 변화시킬 수 있는 지와, 장소와 재료의 변증법적 관계를 통해 회화의 본질을 새롭게 정의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대구에서 구입한 천을 사용한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같은 작가로서, 그의 작업을 돕는 아내 카리나 비쉬가 한강 이남 최대 원단 시장인 서문시장을 찾아 직접 고른 천이다. 파리보다 훨씬 다양한 종류의 패턴에 반해 원단을 대량 구매했다는 후문이다. 작가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인데다, 힘을 주는 대로 변형되는 유연함을 지녀 우연한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천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갤러리신라 관계자는 "작가는 변형된 그리드의 질서와 수작업의 예기치 않은 동작이 만나 창출되는 회화적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재료의 물성과 회화의 본질적인 조건들에 대해 심도 깊은 성찰과 함께, 회화가 드러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본질을 탐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니콜라 샤르동 작가는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에서 학사 과정을 마쳤으며 모더니즘의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혁신을 추구하는 작가로 굳건히 자리를 확립했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 예술대학(HEAD)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다. 프랑스 퐁피두센터,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 룩셈부르크 뮈담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는 4월 5일까지. 053-422-1628.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