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고 싶은, 일등 청송]<1>100년 역사, 대한민국 사과시장 이끌다

100년 넘은 청송사과…1924년 청송 현서 덕계리에 처음 심겨져
키낮은 사과 도입…불황의 사과시장 돌파의 묘안
1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대한민국 1등 청송사과

키 낮은 사과묘목 도입과 밀식재배, 기계화 등에 따라 청송사과 생산환경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청송군 제공
키 낮은 사과묘목 도입과 밀식재배, 기계화 등에 따라 청송사과 생산환경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군은 민선 8기 '하나 되는 청송, 그 이상의 도약!'을 완성하기 위해, 올해 군정운영 방향을 '살고 싶은, 일등 청송'으로 설정했다. 청송군은 그동안 변화를 이끄는 농업 정책을 추진해 농가 경쟁력과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군민의 전 생애주기를 책임지는 모두가 행복한 '복지 청송'을 구현해 고령층이 건강하고 활기차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생활이 넉넉한 지역경제 구축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인구를 늘리는 문화 관광 정책으로 지역에 더 오랫동안 머물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편하고 안전한 도시환경은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청송군은 올해부터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5대 전략으로 '일등 청송'을 만들 계획이다.

1924년 청송사과가 처음으로 심겨진 뒤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송사과는 청송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1924년 청송사과가 처음으로 심겨진 뒤 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청송사과는 청송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100년 역사 청송사과

청송은 산이 많은 곳이다. 고속도로가 뚫리지 않았던 시절에는 재를 넘지 않고는 청송으로 들어 올 수 없을 정도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다. 청송군 전체 면적의 82%가 산지에 속한다. 산이 많다보니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이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청송하면 '청송사과'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청송사과의 주생산지는 해발 250m 이상이며 생육기간 중 일교차가 평균 13도(℃) 이상으로 매우 크다. 동해의 영향으로 해양성 기후와 태백산맥 영향으로 내륙성 기후가 교차하면서, 청송은 이 모든 조건이 사과를 키우는데 최적의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1924년 청송군 현서면 덕계리 569번지에 처음 청송사과가 심겨졌다. 산골마을 먹을거리 없던 시절 독립운동가이자 농촌계몽운동가였던 박치환(1878~1968) 선생이 처음으로 사과나무를 청송으로 들여오면서 청송사과의 역사가 시작됐다. 박 선생은 당시 사과품종인 국광 10여 주를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기르는 작목이었기에 박 선생은 7년 동안 나무를 키워 첫 사과의 맛을 본 것으로 그의 후손들이 전했다.

또, 1920년대 안덕면 복리 출신인 신인수 씨가 일본 아오모리현 소재 한 레코드 회사에 근무하던 중 인근 과수원에서 사과를 처음 접하고 1927년 귀국할 때 600여 그루의 묘목을 구입해 안덕면 복1동 교회터 인근 1만6천㎡(5천평) 밭에 사과나무를 심고 재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농업현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보다 기계가 하는 일이 더 많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 청송군 제공
농업현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보다 기계가 하는 일이 더 많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 청송군 제공

◆키낮은 사과 도입…불황 돌파 묘안

청송사과 발전의 큰 변곡점은 30년 전인 1995년에 일어났다.

당시 사과시장은 큰 불황을 맞았다. 사과 15㎏ 한 상자에 2만원 하던 것이 5천원으로 급락했다. 문제는 과잉 공급이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다른 작물보다 사과가 고소득이 보장된데 따라, 많은 이들이 논밭을 갈아엎고 사과나무를 심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 됐다. 다른 과일나무에 비해 몸집이 컸던 사과나무는 그만큼 관리와 수확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발생하는 것도 문제였다.

그런 사과시장의 불황은 청송의 호기심 많은 농부들에 의해 묘안을 찾게 됐다. 1995년 1월 청송군 현동면 주민 10명이 당시 세계 최고 사과 주산지인 이탈리아 북부 남티롤 지방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키 낮은 사과대목(M9)을 처음 접하게 됐다. 작은 나무 높이를 밀식으로 재배해 몇 배의 수확량을 내는 것을 보고 이들은 한국으로 이 나무를 가져가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외국에서 어떠한 동식물을 반입할 수 없었다. 당연히 이들이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묘목 역시 적발돼 폐기될 수순이었다.

그러나 청송 농민들은 기지를 발휘했다. 검역소 직원에게 농지원부를 꺼내 "묘목을 되파는 것이 아니라 살리려는 것"이라며 사정했고, 결국 연구 목적에 한해 일부를 허가해 실험재배를 거쳐 1997년 농가에 처음 보급하게 됐다.

청송군의 M9 사과대목 도입으로 고품질 사과 생산의 근간을 마련했고 2002년 저농약 재배를 통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껍질째 먹는 사과를 도입했다.

청송사과는 꼭지를 치지 않는다. 신선함과 맛을 올리고 불필요한 생산비를 줄이는 전략이다. 청송군 제공
청송사과는 꼭지를 치지 않는다. 신선함과 맛을 올리고 불필요한 생산비를 줄이는 전략이다. 청송군 제공

◆대한민국 1등 청송사과

지난해 청송사과는 1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브랜드 대상'을 차지했다. 매년 사과 주산지로 꼽히는 7~8곳 지자체가 후보로 오르지만 소비자 조사 결과 청송사과가 ▷최초 상기도 ▷보조 인지도 ▷차별화 ▷신뢰도 ▷리더십 ▷품질 ▷충성도 등 모든 항목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청송군은 청송사과를 지역 대표 농산물로 만들기 위해 1994년 '청송사과' 상표 등록, 2017년 특허청 '황금진' 청송사과 브랜드 상표등록, 2020년 군수가 보장하는 '청송사과 품질 보증제 시행', 2023년 청송사과 지리적 표시 제113호 최종 등록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갖췄다.

청송군은 ▷청송사과 품질개선을 위한 황금사과 연구단지 조성 ▷고밀식·다축형 미래형 과원 묘목비 지원 ▷과원미세살수장치 지원 ▷저품위 청송사과 격리지원 등을 시행해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의 청송사과를 공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산물 직거래 택배비 지원 ▷대도시 청송사과 홍보 행사 ▷라이브커머스 판매 지원 ▷청송사과 유통센터 시설개선 등으로 사고팔기 편한 청송사과 유통망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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