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글속 불교문화의 보고(寶庫) 아누라다푸라
스리랑카의 수도인 콜롬보에서 북쪽으로 205km떨어진 중북부 평원에 1,400년 동안 실론의 중심 도시이자 싱할라 왕조의 수도로 번영을 누렸으며 정치와 종교 수도였던 아누라다푸라(Anuradhapura)는 993년 외부침략으로 묻혀 졌다. 수백 년 동안 울창한 정글 속에서 잠자고 있던 유적이 1934년 발굴된 이래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콜롬보에서 아누라다푸라까지는 기차로 5시간이 소요된다. 유적지가 산재한 광활한 숲속은 툭툭(Tuk tuk)으로 둘러볼 수 있다. 자전거를 빌려 유적지를 돌아다니는 것도 또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스리랑카는 기원전 236년 인도 아쇼카 왕의 아들 마힌다(Mahinda)에 의해 불교가 전해지면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했다.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화려하고 엄청난 규모의 불교유적들은 지난 날의 영화를 말해준다. 역사적으로 뛰어난 문화, 건축, 예술, 종교 등의 발전을 이루어낸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화유산 지역이다.
번성했던 문명을 상징이라도 하듯 숲속 곳곳에 흩어져 있는 탑은 하늘을 향해 장대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 있다. 수많은 조각은 어느 것이나 부처의 미소처럼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찬란한 영광을 느껴보는데 부족함이 없다.

◆ 자연의 아름다움과 종교가 공존하는 밀림 속 다고바
수 백년 동안 울창한 정글에 숨겨져 있던 거대한 다고바(Dagoba) 대탑들은 멀리서도 눈에 띄게 아누라다푸라의 밀림 속에 솟아 있다. 다고바는 아누라다푸라가 수도로 있던1,000년의 통치 기간동안 지어진 것으로 건축학적으로나 미학적 경이로움으로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다.
부처님의 유골 일부가 안치되었다는 웅장한 흰색 루완웰리세야 다고바(Ruwanweliseya Dagoba)의 기단에는 1,900마리의 코끼리들이 탑을 수호하고 있다. 기원전 2세기 조성당시에는 높이 103m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탑이 현재는 55m로 서 있다.

기원전 1세기에 건립된 거대한 아바야기리 비하라(Abhayagiri Vihāra)다고바는 원래 높이가 100m가 넘었던 위대한 건축물 중 하나였다. 부처의 유물이 담긴 황금 황소조각상이 사리탑의 중심부에 묻혀 있었다는 다고바는 현재75m 높이로 솟아 있다.
제타바나라마야 다고바(Jetavanaramaya Dagoba)의 거대한 돔은 아누라다푸라의 동쪽 위로 솟아 있는 사리탑이다. 마하세나 왕이 3세기에 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22m 사리탑이었다. 오늘날에는 약 71m로 한쪽면의 길이가 176m인 구근모양은 9,300만개 이상의 벽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 스리리랑카 최초의 사원 이수루무니야 사원과 마하 비하라야 사원
스리랑카 불교사 최초의 정사인 이수루무니야(Isurumuniya Vihara)사원은 바위를 뚫어 그곳에 불당을 마련하고, 바위 위에 불탑을 세웠다. 기원전 3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바위사원은 아름다운 연꽃 연못주변에 자리 잡고 있다. 연못 모서리에는 장난스럽게 물을 튀기며 춤추는 코끼리상이 아주 인상적이다. 불교가 들어온 이후 세워진 스리랑카 최초의 불교사원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스리랑카 불교 미술의 대표작이라는 코끼리 상에 끌려 동굴사원에 들어서면 마힌다 스님의 설법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사원왼쪽 고고학 박물관에는 왕궁정원에서 출토된 5∼8세기 무렵의 연인상과 왕족상이 순례객들을 맞는다. 이 연인상은 낮은 계급의 여인과 결혼한 사라야 왕자의 로맨스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또한 사원의 사리탑 정상에 오르면 불교를 처음으로 받아들인 테바 남피사 팃사 왕에 의해 완성된 팃사 웨와 저수지의 장관을 시원하게 감상 할 수 있다.
아누라다푸라 마하 비하라야(Maha Viharaya)사원은 스리랑카의 상좌부 불교를 위해 기원전 207년에 설립됐다. 5세기에 많은 국제 학자들이 불교철학을 전파하고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스리랑카의 규범과 종교관습을 배우는 중심지다.
이 사원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사색하고 명상하기에 좋은 장소다. 하얀색 절 꽃이 만발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힌다 스님의 유골이 모셔진 다고바가 나온다.
주변의 바위산과 대불사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마힌다 스님이 머물렀던 석굴이 나온다. 가장 높은 곳의 하얀색 탑은 마하세야 다고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머리카락 사리가 모셔져 있다. 이곳에 올라서면 아누라다푸라의 전경과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 2,000여년을 살아온 깨달음의 나무 스리 마하 보리수
아누라다푸라의 스리 마하보디 사원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 스리 마하 보리수(Sri Maha Bodhi)가 있다. 부처가 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널리 알려진 일화가 있다. 이 신성한 보리수는 정신적, 육체적 의미에서 아누라다푸라의 중심이다.
그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 나무는 기원전 3세기에 인도 황제 아쇼카왕의 딸이자 스리랑카에 불교를 전파한 마힌다의 여동생인 상가미타 공주가 인도에서 가져와서 심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보리수이다. 붓다가 그 밑에서 깨달음을 얻은 인도 보드가야 보리수의 유일한 적자이기에 깨달음의 나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인정받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리수나무는 2,000살이 넘었지만, 여전히 건재한 보리수의 모습에 경이로움을 느꼈다. 2천년을 살아온 보리수에 꽃을 바치고 기도하는 스리랑카 사람들에게 스리마하 보리수는 살아있는 붓다라고 할 수 있다.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미힌탈레
아누라다푸라 근교에 스리랑카 불교요람으로 불리는 미힌탈레(Mihintale)가 있다. 13km 떨어진 멀지 않은 곳에 1934년 정글 속에서 잠자고 있던 유적군이 발굴된 이래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성지의 하나로 여겨지며,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냥나온 실론 왕 데바남피야 티샤가 산 정상 작은 석굴에서 수행하던 마힌다 스님의 가르침을 받아 불교에 귀의하게 된 바로 그 장소이다. 이후에 스리랑카에서는 통치자가 왕위를 받기 전에 불교신자가 돼야 한다는 전통이 이어지게 됐다. 한창 융성할 때 1만 명이 이곳에서 수행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68개의 수행 동굴이 남아 있다. 2,000명이 한꺼번에 식사를 할 수 있는 공양간과 커다란 석조 밥통, 국통이 당시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산기슭에는 병원 유적, 의료용 목욕탕, 돌 비문 및 고대 시대의 항아리가 발굴되었다. 병원과 바위로 이어지는 계단 사이에는 큰 수도원의 폐허가 있다. 한쪽이 38m인 정사각형 건물의 바닥에는 아름다운 조각품이 있으며, 돌난간과 경비석도 있다.
석양 무렵에 기도하기 위해 오르는 수많은 순례객들을 따라 산정의 커다란 바위 위에 올라서서 광활하게 펼쳐지는 불국의 땅을 바라볼 때의 감격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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