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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법 폐지' 선언 트럼프…삼성전자, SK하이닉스 어쩌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반도체법(CHIPS Act)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한국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바이든 전임 대통령 퇴임 이전에 보조금 규모를 확정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투자 계획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반도체법 끔찍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의 미 연방 의회에서 행한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반도체법과 남은 것은 모두 없애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향해 "그 돈으로 부채를 줄이거나 다른 어떤 이유든 원하는 대로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언급은 자신의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소프트뱅크, 오라클, 애플, TSMC 등 빅테크 및 반도체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고 거론하면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투자를 유도하는 반도체법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해왔다.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기업에 보조금을 주지 않고도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법에 대해 "끔찍한 것"이라고 거듭 비판한 뒤 "우리는 수천억달러를 (보조금으로) 주지만 아무 의미도 없다. 그들은 우리의 돈을 가져가서 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 "그들(반도체 기업들)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돈을 주는 게 아니라 (그들이)관세를 내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라며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줄 필요가 없다. 그리고 그들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투자하러)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와 발언은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 제조공정을 두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우려가 현실로 대미 투자 어쩌나

반도체법은 2022년 미 의회에서 초당적으로 통과된 법안으로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립하는 업체에 527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법 폐지 방침을 거듭 밝힘에 따라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64억달러(약 9조2천억원) 규모의 반도체 공장 설립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예비거래각서를 지난해 4월 체결했다. 이후 실사 등을 거쳐 반도체법에 의거해 지급하는 지원금을 47억4천500만달러(약 6조9천억원)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70억달러(약 53조원) 이상을 투자해 텍사스주 중부에 위치한 기존 반도체 생산 시설을 미국 내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의 종합적 생태계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작년 연말 미국 정부로부터 4억5천800만달러(약 6천64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보조금 지원을 확정 받았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미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파예트에 약 38억7천만달러(약 5조6천100억원)를 투자해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위한 첨단 패키징 제조·연구개발(R&D)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대만의 TSMC가 대규모 투자를 확정하면서, 한국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을 겨냥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 단위 혜택을 받기로 약속을 받고 투자를 결정한 것인데 이를 철회하면 계획이 틀어질 수밖에 없다. TSMC에게 가한 압박이 우리 기업들에게도 가해질 수 있어 타격이 우려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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