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두진] 선관위의 법관 사랑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선거관리위원회 채용 비위(非違)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헌법재판소는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에 대한 감찰을 할 수 없다'고 선관위 손을 들어 주었다. 감사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감사원 감사 불가' 결정을 내린 것이다.

감사원 감사에서 불법·편법 채용이 드러나자 선관위는 스스로 '가족회사'라며 '믿을 수 있는 친인척 채용은 선관위의 전통'이라고 했다. '가족끼리 하는 일에, 외부 기관이 왜 시비냐'는 항변(抗辯)인 셈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관이 맡고, 지방선관위원장은 해당 지역 지방법원장 또는 부장 판사가 맡고 있다. '가족회사'인 선관위가, '친인척 채용'을 위해 불법·편법까지 동원하는 선관위가 가족도 아니고, 친인척도 아닌 법관에게 선관위원장 자리를 내주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급 직원조차 자기 가족을 뽑으려 혈한(血汗)인 집단이 기관의 '수장(首長)' 자리를 왜 남의 식구, 남의 기관에 내어 주었을까?

현직 대법관인 중앙선관위원장은 월 3, 4회 선관위에 출근한다고 한다. 대법원 업무로 바빠 선관위에 자주 갈 수 없는 것이다. 지방 선관위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다. 결국 선관위 '식구들끼리' 업무를 처리하고, 법원 업무로 바쁜 위원장은 선관위 업무를 세세히 들여다볼 여력(餘力)이 부족한 셈이다. 필자는 선관위가 '수장' 자리를 자기 식구가 아닌 법관에게 넘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말하자면 "선관위 일이 골치 아파요. 굳이 파지 마시고, 위원장님은 외부 바람이나 막아 주시면 됩니다요"라는 식 말이다.

김용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올해 1월 15일 국회 '내란 혐의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민들께서 (부정선거는 없었다는 선관위 설명을) 믿지 않으시고 서버를 까 보라는 말씀을 하시는데…(중략), 헌법재판소나 법원이 서버를 검증하면(검증하겠다고 하면) 응할 것이다. 이 부분을 보시겠다고 하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라"고 말했다.

헌재는 탄핵 심판 중에 윤석열 대통령 측이 두 번이나 선관위 서버 검증을 요청했지만 모두 기각(棄却)했다. 선관위는 "법원 영장 받아 오라"며 뒤로 빠지고,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이 선관위가 수장 자리를 법관 몫으로 내놓은 이유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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