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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삽니다' 비친족가족 2.5배 증가…"사각지대 개선 시급"

법적 가족 아닌 동거 형태, "주택청약·임대차 보호 어려워"

23일 송파·강남·서초를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23일 송파·강남·서초를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전국 비친족가구 추이. 매일신문
전국 비친족가구 추이. 매일신문

두 여성의 동거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최근 영국 및 미국 출판사와 억대 판권 수출 계약을 맺어 화제를 모은 가운데 혈연이 아닌 동거 형태로 살아가는 이른바 '비친족가구'의 주거형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연구원 주거복지연구센터 윤성진 부연구위원 등이 4일 발간한 비친족가구의 증가에 따른 주거정책 개선 방향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비친족가구는 21만4천가구에서 54만5천가구로 2.5배 증가했다.

비친족가구는 법적인 혼인이나 혈연으로 맺어지지 않는 관계와 함께 사는 가운데 가구원 수가 5인을 넘어서지 않는 가구를 의미한다. 결혼하지 않은 연인이나 친구, 회사 동료 등 지인과 함께 사는 경우가 해당한다.

혈연관계가 아닌 동거 형태로 함께 살아가는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비친족가구는 주택청약, 공공임대주택, 주택임대차, 주택금융, 주거급여 등 다양한 주거 정책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점 산정에 있어 부양가족 수가 중요한 주택청약은 법적 혼인으로 이루어진 부부를 기초로 함께 거주하고 있는 직계존비속을 의미하는 '세대'를 주택공급의 기본단위로 설정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도 법적 가족이 아닌 관계와 함께 입주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주택임대차도 마찬가지다. 비친족가구의 임차인 중 한 명이 대표로 계약을 맺는 경우 임차권이나 보증금 보호에 취약하다. 주계약자가 사망하면 임차권이 승계되지 않거나 임대인이 동거인의 거주를 사전에 인지 또는 동의하지 않는 경우 전전대로 해석되어 계약이 해지될 위험이 존재한다.

비친족가구가 전세계약을 할 때 계약서상에 명기되지 않은 비친족가구원이 보증금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경우는 44.1%이며 그 금액은 평균 7천600만원(전체보증금의 40.1%)에 달했다.

주택구입자금이나 전세자금을 마련할 때도 법적 가족이 아니면 가구소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국민기초생활보장에서 선정 기준과 수급액 한도를 결정할 때도 동거인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연구진은 주택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임차인 간 연대책임, 반환 권리 등을 규정한 공동거주계약서를 법제화할 것으로 제안했다. 프랑스에서 이같은 제도를 도입해 비친족가구의 보증금과 주거권을 보호하고 있다.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을 기재해 관계 증빙 방식을 다양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주거 지원을 위한 동거 사실의 증명을 유연화하는 것이다.

비친족가구가 함께 입주할 수 있는 셰어형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확대하고 입주자 선정 방식을 전환하는 것도 대안으로 꼽힌다. 일본은 공영주택법에서 친족 이외의 사람이 사업 주체의 승인을 얻어 입주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싱가포르는 결혼하지 않은 만 35세 이상의 2~4명이 함께 주택을 분양받거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도록 공동거주프로그램(Joint Single Scheme)을 운영하고 있다.

보고서는 "유대감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비친족가구는 위급 상황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어 고령화되는 1인 가구의 취약성을 보완할 수 있다"며 "이러한 상호 돌봄 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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