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형사사법절차에 법원이 제동을 건 가운데 이제는 헌법재판소로 여론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헌법재판소 역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스스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 등을 일으키며 몸살을 앓아왔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졸속' 논란을 일으킨 헌재의 행보에 대한 비판이 재소환되면서 "윤 대통령 석방을 기점으로 향후 어떤 식으로든 헌재의 심리에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며 최종 결정도 변곡점을 맞을 것"이라는 법조계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소환된 헌재 공정성 시비
탄핵심판 결론에서도 재판관들이 자신들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갈리는 판단을 내놓는다면 헌재의 신뢰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한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향후 개헌을 통해 헌법재판소 폐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1987년 개헌을 통해 이듬해 신설된 헌재의 신뢰도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급락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자신의 SNS상 대화 및 블로그 게시물 등으로 인해 '좌편향' 논란을 자초했다. 2010년 자신의 SNS에 "우리법 연구회 내부에서 내가 제일 왼쪽"이라는 글을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정계선 재판관, 그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이미선 재판관 역시 진보 성향의 법관으로 분류된다.
이렇듯 '우리법연구회'로 대표되는 법관 성향을 둘러싼 논란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판 결론을 통해 다시 한번 도드라졌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재판관의 성향에 따라 4대 4로 판단이 극명히 갈렸기 때문이다. 당시 문형배, 정계선, 이미선 재판관은 물론 중도진보 성향의 정정미 재판관 등 4명은 모두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실관계가 비교적 명확했던 사안을 두고 법관들의 판단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헌재가 정치화됐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까지 거쳐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과거 진보성향 정치인 후원 이력 등으로 '좌편향'이라는 시비에 휩싸였다. 마은혁 재판관 임명 시 '우리법연구회' 등 진보성향 법관 모임 출신 인사는 9명 중 4명에 이른다.
전체 법관 중 10% 정도로 추정되는 진보 성향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특정 단체 출신 법관들이 헌법재판관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 자체가 헌재의 심각한 정치화를 보여준다는 지적이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고 있다.
여권에서는 헌재가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변론 일정을 무리하게 잡아 방어권을 무력화시켰다면서 심판 변론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SNS를 통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판결선고 일정에 맞추느라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일정을 무리하게 진행해 왔다는 국민의 깊은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변론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택적 속도에 대한 비판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재의 '늦장 탄핵 심판' 역시도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를 다른 사건보다 뒤늦게 진행하는 것은 물론 헌재의 안건 처리 원칙인 '선입선출'에서 벗어났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헌재는 한 총리가 직무정지가 된 지 54일 만에 탄핵심판과 권한쟁의심판 변론을 개시한 것에 이어 파면 여부가 달린 의결정족수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결과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 총리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하며 의결 정족수를 대통령 기준(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이 아니라 국무위원 기준(과반·151명)으로 적용한 것이 합당했는지를 두고 "국무위원 기준 정족수로 의결한 것은 위법"이라며 권한쟁의 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여권에서는 '의결정족수' 해석으로 결론 날 수 있는 한 권한대행의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7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의결정족수는 200석이라고 헌법재판소의 주석서에 나와 있다"라며 "대통령 공소장에 한덕수 총리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르고 대통령실에 간 것이 명백히 적혀 있는데,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을 막지 못했다'며 탄핵하겠다는 것도 우스운 짓"이라고 밝혔다.
'선입선출'이라는 일반적 원칙을 벗어난 헌재의 사건 처리 순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총리 탄핵소추안은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고,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 권한쟁의 심판은 올해 1월 3일 접수됐다. 그러나 한 총리 탄핵심판 변론은 지난달 19일에 종결, 마 후보자 권한쟁의심판 변론은 이보다 빠른 지난달 10일에 종결됐다.
헌재는 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하면서 먼저 탄핵당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탄핵 사건을 뒤로 미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 구속에 대해 향후 재심 등 여파를 법원이 우려함으로써 헌법재판관들의 고민이 이제와는 달리 더 깊어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