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우자 공제 확대 여야 공감…상속세 개편 급물살

유산세→유산취득세 전환…거액 자산가 세 부담 줄어
세율 등 주요안 이견 여전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정치권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던 상속세 개편이 조기 대선 가능성과 맞물리면서 급부상하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중산층 부담 완화'를 내세우며 상속세 개편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선거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상속증여세 비중 증가

9일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증여세 수입은 15조3천억원으로 총국세(336조5천억원)의 4.5%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2.3%)과 비교하면 약 두 배 수준으로 증가한 수치다.

총국세에서 상속·증여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3.6%로 올라선 뒤 4%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부가가치세처럼 전 국민이 부담하는 세목과 달리, 상속세는 극소수 자산가에게 부과된다. 특히 상속세의 대부분은 고액 자산가가 납부하는 구조다.

국세청이 발표한 국세통계에 따르면, 2023년 상속세 과세 대상 피상속인(사망자)은 1만9천944명이다. 같은 해 사망자(35만2천700명) 대비 약 5.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상속세 개편 논의는 자산가 감세 논란과 맞물려 정치적 쟁점이 되곤 했다. 여당은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야당은 부자 감세를 막는 방향으로 입장이 갈렸다.

◆배우자 상속세 공제 확대엔 여야 공감대

상속세 개편을 둘러싼 논의에서 여야가 유일하게 공감대를 이룬 부분은 배우자 상속세 폐지다. 배우자 간 재산 이전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후 자녀에게 상속될 때 다시 과세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또한, 상속세가 세대 간 부의 수직적 이전에 대한 과세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배우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배우자 상속에 과세하지 않는 방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의 정책 기조와도 부합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배우자가 상속받을 경우 5억~30억원(법정 상속 지분 내)의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정부 역시 이 한도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자녀 공제 확대 방안을 검토하면서 배우자 공제 확대 역시 비중 있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속세율 인하나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같은 근본적인 개편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여전히 크다.

특히 여당이 추진하는 최고세율 인하(50%→40%)나 가업승계 공제 확대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를 지원하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의 대물림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유산취득세' 포함 개편안 나올까

유산취득세 방식은 현행 유산세와 과세 체계가 다르다. 현재는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한 뒤 상속인들이 나눠 내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뀌면 각 상속인이 물려받은 금액에 따라 개별적으로 세금을 내게 된다.

예를 들어, 15억원의 재산을 자녀 3명이 나눠 상속받을 경우, 유산세 방식에서는 15억원에 대한 세금을 낸 뒤 이를 3명이 분담한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각자 상속받은 5억원에 대해 개별적으로 세금을 내게 된다.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되면 거액 자산가의 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현행 방식에서는 전체 상속재산을 기준으로 높은 누진세율이 적용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에서는 개별 상속분 기준으로 과세되므로 세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OECD 24개 상속세 과세국 중 유산세 방식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4개국뿐이다.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춰 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법 개정을 동반해야 하는 대규모 작업인 만큼 실제 개편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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