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尹 석방…광장의 함성, 절차적 민주주의 되살렸다

법원, 구속 취소 청구 인용
거리로 나온 2030·보수 진영 위법성·부당성 끝내 관철시켜
눈치 보는 與 의원들과 대조적… 헌재·사법기관에 강력 경고장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됐던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청구 인용으로 석방됐다. '광장의 함성'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되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진영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광장의 규모를 키웠고 2030 세대도 동참하며 내란 수사와 탄핵심판의 부당성을 외쳤다.

그 결과 법원이 이를 수용해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회복시키는 이정표를 다시 세웠다. 대의 민주주의 구조 속에서 보수 정당이 주저하는 사이 시민들이 거리로 직접 나선 결과다. 내란 수사와 탄핵 심판의 잘못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이를 관철시킨 직접 민주주의의 실현 사례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간 무리한 수사였다는 성적표를 받게 된 사법 기관을 향한 경종도 울렸다. 속도전 변론 끝에 최종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경고장이 날아들었다.

지난 7일 법원의 구속 취소 청구 인용으로 이튿날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한남동 관저 앞에는 수천 명 시민이 모여 환호했다. 현장을 찾은 한 시민은 "국민이 거리에 나오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은 석방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위해 더욱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석방은 그간 전국을 돌며 키워온 보수 진영 광장의 목소리가 지난 3·1절 집회로 최고조로 달한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보수 시민들은 2월 초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을 거치며 지속해서 광장의 세를 불려왔다.

화력을 집중한 3·1절 집회에는 광화문, 여의도 등지에 10만 명 이상(경찰 비공식 추산)의 인파가 쏟아졌다. 당시 2만 명에 미치지 못했던 야권 집회와 선명히 대비됐다. 탄핵 찬성 진영이 주도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광장 민심과도 전혀 다른 모습이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지도부 차원에서 광장의 정치와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자발적인 움직임이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간 보수 성향 기독교 단체가 이끌고 있는 탄핵 반대 집회에 동참하지 않았다. 현장을 찾는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해 어디까지나 개인 차원의 행동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야당의 내란·탄핵 공세, 헌법재판소의 변론 진행 과정에서 보수 진영 여론은 정당이 아니라 광장의 시민, 보수 유튜버 등이 주도했다.

때로는 이들의 거친 메시지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내란죄 수사의 부당성, 절차적 민주주의 준수, 피고인 인권 보장 등을 향한 울림은 갈수록 커졌다. 법원 역시 윤 대통령을 석방한 배경에는 이러한 광장의 여론을 더는 외면할 수 없었던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법원이 재심까지 거론하며 윤 대통령 수사에 절차적 하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공식화한 만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찰 등의 그간 수사가 무리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숱한 비판과 논란 속에 윤 대통령 탄핵 사건의 심판을 주도했던 헌법재판소 역시 인용·기각 여부를 두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헌재가 검경 수사 조서를 증거로 삼겠다고 하거나, 변론 과정에서 증인 발언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변론을 종결하는 등이 무리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지난 주말 탄핵 반대 집회 연단에선 전한길 씨는 "국민들이 헌재관들에게 대통령을 복귀시키라 명령하는데 국민 요구를 묵살할 수 있겠나. 윤 대통령은 반드시 각하될 것이고 최소한 기각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기홍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양극화로 보수, 진보 모두 인원 동원의 여건이 강하게 조성돼 있다"며 "그동안 대통령 탄핵·구속 여파 속에서 대통령의 편지, 메시지와 보수 정치인들의 개인적 동참 등이 맞물려 보수 광장 민심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엄 교수는 또 "2030세대는 이준석 대표 출현 이후 강화된 남녀 갈등 고착으로 이번 집회 참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