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금 52일 만에 석방됐다. 서울중앙지법이 구속 취소를 결정한 이유는 법적‧절차적 흠결이다.
검찰의 구속 시간 계산이 잘못되어 구속 기간이 지나 기소했다는 절차적 흠결이 첫째다. 둘째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 해석이나 판단도 없다는 법적 흠결이다. 앞으로 법원은 공수처 수사에 바탕한 검찰의 내란죄 기소 자체를 취소하는 '공소기각' 판결도 내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내란죄 여부가 불확실하다면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 역시 근거가 흔들린다.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도 위태롭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탄핵소추단이 일찌감치 탄핵소추 의결서에서 내란죄를 뺀 건 다 이유가 있었다.
엊그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하란 기각과 달리 내용보다 형식의 잘못을 들어 소송을 끝내는 것이다. 나 의원은 국회의 탄핵소추에 중대한 절차적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측이 탄핵소추 의결서에서 내란죄를 빼면서 다시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본래 국회는 탄핵 사유를 내란죄 등 '형법 위반'과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 등 '헌법 위반' 사유로 구분해 의결했다.
만약 처음부터 비상계엄에 대한 헌법 위반 사유로만 의결했다면 국회 통과가 어려웠을 것이다. 즉, 처음에 혐의가 불분명한 내란죄를 포함시킨 것은 탄핵소추를 통과시키기 위한 민주당의 책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절차적 흠결만으로도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헌재 심리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상 문제도 있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의 증언,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는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판단하는 핵심 증거였다. 하지만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끌어내라고 했다는 이전 증언을 번복했다. 최근에는 내란죄로 엮겠다고 협박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홍 전 차장의 메모는 장소와 시간이 오락가락했고, 내용도 부정확했다. 이처럼 오염된 증언과 증거에 의해 탄핵소추, 탄핵심판이 진행된 것이다.
문제는 헌재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했다는 점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헌재의 변론 재개를 촉구하는 이유다. 증거가 불확실한데도 헌재의 결정이 내려지면 헌재가 법 위에 군림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헌법학자 허영 교수는 "실체적 진실 규명 없는 선고는 큰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헌재는 10개나 넘게 법을 위반했다. 가장 중요한 위반은 내란죄 철회 요구를 헌재가 수용한 것이다. 국회 측 김진한 변호사는 내란죄 철회가 "재판부가 저희에게 권유하신 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실제로 권유했다면 그 자체로 심각한 일이다.
지난 6일 발표된 한국리서치 등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 대한 신뢰도는 54%, 불신은 40%에 달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2017년 말 공공기관 신뢰도 조사에서는 헌법재판소가 33개 공공기관 중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지난 2월 14일 발표된 더퍼블릭‧파이낸스투데이 조사에서는 '우리법연구회'가 탄핵심판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응답도 55.8%나 되었다.
이론상 헌재가 무너지면 국가도 끝장이다. 국가적 사안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국가 최고기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헌재는 그 지위에 걸맞은 신뢰를 잃었다. 국가적 대립을 끝내는 게 헌재의 역할인데 지금은 어떤 판결을 내려도 그 반대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위험을 피할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변론을 재개해 실체적 진실을 명백히 밝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헌재의 판단을 유보하고 국회에 탄핵소추에 대한 재의결을 요구하는 것이다.
민주당과 윤 대통령도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면 꼭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용도가 다 된 '87년 체제'를 바꿔 나라를 혁신하는 개헌이다. 다른 하나는 두 쪽 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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