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또라이 같은 장사꾼'인가, 아니면 '세기적 정치인'인가? 외관상 그는 전자에 가깝다. 대통령 재임 중 두 차례 탄핵 소추를 당하고 퇴임 후 90여 개 범죄 혐의로 기소됐고 형무소에서 머그샷까지 찍었다. 모두 미국 역사상 최초였다. 미국인들은 그런 그에게 4개월 전 대선에서 7개 경합주 승리와 전국투표 완승이라는 선물을 안겨 주었다.
올해 1월 20일 취임을 전후해 그가 멕시코·캐나다·파나마·그린란드에 이어 최근 중동과 우크라이나 등을 상대로 벌이는 행태도 상식 밖으로 온통 파괴적이다. 그래선지 우리나라에선 또다시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하고 있다. '거짓말쟁이', '돈만 알고 동맹을 내팽개치는 장사꾼' 같은 식으로 그를 저주하며 악마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트럼프를 적대시하는 미국 주류 언론 보도를 한국 매체들이 비판 없이 수용한 탓이 크다. 여기에다 한국 앞으로 조만간 부담스러운 요구를 해올 트럼프에 대한 불편함 같은 감성적 분위기도 한 몫한다.
트럼프 폭풍(Trump storm)이 세계 각국을 하나씩 덮쳐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트럼프를 '돈만 뜯어내려는 양아치 대통령' 정도로 보는 시각은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이런 생각은 미국 현지 분위기와 크게 다르다.
일례로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미국에서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여론조사들을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종합한 결과, 찬성 비율(48.4%)이 반대(48.1%) 보다 더 높다.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 등으로 미국 증시가 하락하고 불만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세는 나름 견고하다.
트럼프에 대한 이해와 분석·진단은 대한민국의 향후 5~10년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일이다. 세계질서와 국제정치의 문법이 혁명적으로 바뀌는 국면에서 그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마지못해 상대하는 것과, 그의 역사적 기여를 인정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마주 앉는 것의 결과는 하늘과 땅 만한 차이가 난다.
우리가 미국과의 오랜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고 시진핑 중국의 세력권 밑으로 들어가기를 결단하지 않는 한, 트럼프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하루빨리 거두고 교정해야 한다. 그를 미치광이 정도로 간주할수록, 한국의 국익 확보는커녕 미국에 대한 반감과 비난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한국 사회의 친(親)중국화를 앞당기고 도와주게 될 것이다.
트럼프는 평범한 대통령이 아니다. 블러핑(bluffing·공갈)을 밥먹듯 하며 상대국에 협박과 공포감을 조성하는 게 특기인 뼛속 협상가이다. 툭하면 잘못된 팩트(fact)로 거짓말을 일삼는 것은,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그가 밝힌 대로 악의 없는 과장으로 원하는 목적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진실된 과장(truthful hyperbole)' 전술에서다.
이번에 또 틀린 팩트로 거짓말했다고 우리가 흥분해 봤자, 그것은 "트럼프를 모르고 있다"는 어설픈 자기고백일 뿐이다. 트럼프는 여태 한 번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해체하거나 약화시키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 어떤 책과 연설에서도 자유무역 질서를 부정 또는 파괴하겠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와 자유무역을 더 강화하기 위해 과거에 무임승차했던 동맹국들이 비용분담(cost sharing)을 늘리는 '공정한 세계'를 그는 바라고 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일부 나라들에겐 '관세 폭탄' 같은 강제 수단을 쓰고 있다. 푸틴·시진핑·김정은 같은 독재자들과도 잘 통하는 그는 2017년 11월 한국 국회 연설에서 보듯, 북한 등 전체주의 국가의 폭압적 실상에 대해 누구보다 명확한 인식과 정보를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것을 국가전략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아무리 동맹국이라도 미국의 경제·안보에 특별한 기여를 하지 않으면 특별한 대우를 않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힘들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속담 대로 알래스카 LNG 개발, 대(對)중국 봉쇄 전선 참여, 조선 유지·보수(MRO) 동맹처럼 미국에 직접적인 이익이 되는 고난도 프로젝트에 한국은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이런 용기 있는 결단은 한미 양국의 번영과 한국의 도약, 그리고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계사 개척이라는 3중(重) 결실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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