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위법·편향·졸속 尹 탄핵 심판, 각하로 '내전 파국' 막아야

서울중앙지법이 내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취소하면서 '구속 기간 계산 잘못'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을 주요 사유로 들었다.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에 대한 명확한 법 규정이나 판례가 없는 만큼 구속 취소가 타당(妥當)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논란을 그대로 두고 재판을 하면 향후 파기·재심 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윤 대통령을 구속 취소하면서 밝힌 사유는 헌법재판소가 들어야 할 말이다. 헌재는 위법적이고 편파적(偏頗的)으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진행했다.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 핵심 사유로 적시했던 '내란죄'를 헌재 심판에서는 '철회하겠다'고 밝혔음에도 헌재는 사건을 각하(却下)하지 않았다. 이뿐만 아니다. 헌재의 일방적 공판준비기일 지정, 윤 대통령 측 변호인과 협의 없이 8차 변론 기일까지 잡은 점, 헌재법 제32조에 따라 수사 또는 재판 중인 사건의 조사 기록을 송부 촉탁할 수 없음에도 헌재가 이 기록을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것, 5차 변론부터 피고인에게 보장된 증인신문 참여권을 제한한 것, '원본을 없앴다'던 홍장원 전 국정원 제1차장이 '지렁이 자국' 같은 원본 메모를 들고나왔음에도 그 진위를 가리지 않은 점, 홍 전 차장의 메모 필체(筆體)가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필체와 흡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음에도 이를 검증하지 않은 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진술(국회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이 '내란죄로 엮겠다'는 겁박에 의한 것일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이를 검증하지 않은 점 등 나열조차 힘들다.

국회법 제130조는 탄핵 소추 발의 시 국회 법사위에 회부(回附)해 조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윤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면서 달랑 언론 기사 63건을 증거와 참고 자료라며 제출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지난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변론에서 "탄핵 소추 입증 책임은 국회에 있고 국회에 탄핵 소추 의결 전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며 "그걸 포기했을 때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는 철저히 국회 측에 편의를 제공했고, 윤 대통령 측의 증인 신청 등은 무더기로 기각했다. 이런 식으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다면 누가 납득하겠나.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전국에서 매주 열리고 있다. 헌재의 졸속·편파·위법 재판에 대한 이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대한민국 헌법 최고 권위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위법·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헌재가 대통령 탄핵을 인용할 경우 "헌재가 가루가 돼 없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가)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 그래도 전쟁보다 혼란이 낫지 않으냐"고 밝혔다.

윤 대통령 탄핵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국가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폭력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나마 최악을 막는 길은 헌재가 사건을 각하(却下)하는 것이라고 본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부적절성과 국회의 탄핵 남발(濫發)과 그 과정의 흠결을 꾸짖는 동시에 헌재에 대한 파국적(破局的) 공격을 차단하고, 개헌(改憲)을 시작하는 선에는 매듭 짓는 것이다. 이는 일견(一見) 미봉책일 수 있으나 지금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 손을 든다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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