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날인데 남편·남친·아빠가 웃는 게시물?…'성 인지 감수성' 논란에 휩싸인 경기도

"여성의 날인데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언급됐다"
경기도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 의미 온전히 담아내지 못했다"

경기도가 SNS에 올렸다가 삭제한 도정 홍보물 이미지와 사과문. SNS 갈무리

경기도가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여성정책 홍보 게시물이 "성 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는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까지 게시했다.

경기도는 지난 8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SNS에 도의 여성정책을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경기도는 게시글에서 "아내, 엄마, 여자친구 그리고 우리 곁의 모든 여성뿐만 아니라 남편도, 아빠도, 남자친구도 같이 웃을 수 있어 더 의미 있는 여성의 날"이라고 썼다. 각각 "남편이 웃는 여성정책", "아빠가 웃는 여성정책", "남친이 웃는 여성정책"이란 제목의 포스터도 함께 올렸다.

홍보 대상 정책은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아이 돌봄 본인부담금 지원, 경기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여성 1인 가구 안심 패키지', '경기도 주 4.5일제' 등이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여성 빠진 여성의 날 기념' 게시물에 의문을 표했다. 한 누리꾼은 "여성의 날 기념인데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언급되고 여성은 엄마, 아내, 여자친구로 호명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여성이 남성을 웃게 해줘야 하냐", "아내, 엄마, 여자친구만 여자냐", "세계 여성의 날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 "여성은 남성 없어도 잘 산다" 등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김은경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제1부회장 역시 한겨레에 "유엔(UN)에서는 '성평등을 위해 남성과 소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고 회원국 정부의 행동을 촉구하는데, 그 내용은 여성들이 주로 겪는 불평등·차별·폭력이 사라질 수 있도록 모두가 애써야 한다는 의미"라며 "(경기도는) 여성의 날에 대한 표피적 이해로 도정을 홍보하려다 기념일의 의미를 퇴색시켰다"고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경기도는 이날 게시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경기도는 "여성의 날이 가진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여성의 권리와 성평등의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점이 부족했다"며 "앞으로 콘텐츠 제작 시 여성 인권 감수성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2019년 '성평등 홍보물 제작 가이드'를 만들고 꾸준히 개정해왔으나, 이번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