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염색산단 흰색 폐수 유출 업체 첫 적발…나머지 폐수는 아직 미궁 (종합)

늑장 대응 도마 위…두 달만에 유출원 1곳 특정, 환경청 "관련 법 따라 처분"
합동점검반 허술한 시스템…5차례 유출에 '엇박자 대응'
역할 배분 협조 체계 강화를

최근 폐수 유입이 반복되는 대구 서구 염색산단 내 하수관로를 각각 6일 오후 6시와 10시30분 촬영한 사진. 4시간 30분이 지나는 동안 폐수로 의심되는 액체는 다른 하수에 희석됐고, 진한 검은색은 옅은 회색이 됐다. 이주한 서구의원 제공(왼쪽), 남정운 기자(오른쪽)
최근 폐수 유입이 반복되는 대구 서구 염색산단 내 하수관로를 각각 6일 오후 6시와 10시30분 촬영한 사진. 4시간 30분이 지나는 동안 폐수로 의심되는 액체는 다른 하수에 희석됐고, 진한 검은색은 옅은 회색이 됐다. 이주한 서구의원 제공(왼쪽), 남정운 기자(오른쪽)

대구 서구 염색산단에서 폐수가 유출(매일신문 1월 8일 등)된 지 두 달 만에 처음으로 한 업체가 적발됐다. 하지만 반복 유입된 검은색 등 '다른 색' 폐수의 배출 업체는 아직 특정하지 못한 가운데 추가 유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동안 관리‧감시 당국이 보인 늑장 대응과 기관 간 엇박자를 해소하는 등 협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적발에 그치지 않고, 폐수 감시망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두 달 만에 첫 적발…앞서 6일엔 늑장 대응

대구 서구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 50분쯤 서구 염색산단 하수관로에서 하얀색 폐수가 유출됐다. 폐수의 수소이온농도(㏗) 측정 결과는 11.58로 정상 범주(㏗5.8~8.6)를 훌쩍 넘겼다. 지난 1월 8일 폐수 유출이 처음 확인된 이후 5번째다.

이에 대해 대구환경청은 "8일 흰색 폐수를 유출한 A업체를 적발했다"고 9일 밝혔다. 사태 발생 두 달 만에 폐수 유출 업체를 처음으로 특정한 것이다.

A업체는 가성소다로 불리는 수산화나트륨을 투입해 원단을 세척하는 작업 중 폐수를 폐수관로가 아닌 하수관로로 흘려보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해당 업체는 관련 법에 따라 처분할 예정"이라며 "이전에 유출된 폐수도 이 업체와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앞선 '검은색' 폐수 의심 신고에 대해선 아직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A업체 적발에도 추가 유출 우려가 여전한 이유다.

지난 6일 같은 지점에서 폐수로 의심되는 검은색 액체가 하수관로로 흘러나왔다. 이날 검은색 액체는 오후 4시쯤 처음 발견돼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즉각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 농도는 10.0이었다.

취재진이 6일 폐수 유출 의심 현장을 지켜본 결과 합동점검반이 도착한 시각은 오후 10시쯤이었다. 이마저도 김종일·이주한 서구의원이 관계 기관에 직접 폐수 의심 신고를 하면서 이뤄졌다.

처음 발견한 지 6시간이 지난 탓에 폐수 의심 물질은 다른 하수와 섞이며 검은색에서 옅은 회색으로 바뀐 뒤였다. 당국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 측정한 폐수 ㏗ 농도는 8.7로 달서천사업소의 최초 측정치와 차이가 컸다.

서구청 관계자는 "당시 다른 폐수 유출 의심 사업장 인근에서 폐수 의심 물질이 발견돼 역추적 중이었다.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추가 유출 대응 위해 신속한 '협조 체제' 필요

향후 추가 폐수 유출을 막기 위해선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위해 합동점검반(서구청, 대구시, 대구환경청)의 협조 체계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5번째 걸쳐 폐수가 유출되는 동안 기관들이 보인 엇박자 때문이다.

실제 지난 6일 김종일·이주한 서구의원은 대구시와 대구환경청에 폐수 의심 신고를 접수했다. 서구청에 비해 전문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지 2시간이 지나 오후 10시쯤 현장에 도착한 것은 서구청 야간 당직자였다. 대구시와 대구환경청이 서구청에 폐수 신고 접수를 전달한 것이다.

당시 "서구청에 문의하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대구환경청은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뒤늦게 담당 직원을 현장에 파견했다. 대구시는 이날 별도의 대응 인력을 보내지 않았다.

이를 두고 합동점검반 기관 간 협조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별로 역할 배분을 통해, 하수관로 폐수 유출 확인과 더불어 유출 업체의 신속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주한 서구의원은 "대구시에는 '환경수자원국'은 물론 산하 연구기관도 있다. 대구환경청은 자체 시설을 활용해 폐수 성분 분석도 가능하다"며 "각자 전문성을 살려 현장에 출동하고, 신속하게 의심 업체를 점검·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유출 업체 조사 등 경위 파악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오상 대구시 환경수자원국장은 "합동점검반은 폐수 유출 경위 파악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추가 유출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해결을 위한 조사가 우선 순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구환경청 관계자는 "초동 대응은 서구청이 오히려 현장 경험이 풍부하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현장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은 제한적이다. 시료를 채취해 색과 수소이온농도를 확인하고, 성분 분석을 의뢰하는 정도가 전부"라며 "신고를 접수하면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서구청에 알리도록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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