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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유변] 필수 의료가 사라진다: 의료진 보호 없이 국민 건강 지킬 수 있을까?

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신경과의원 원장)
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신경과의원 원장)

최근 중증외상센터를 배경으로 한 의학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극적인 응급 상황과 의료진의 헌신, 긴박한 생사의 순간들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하지만 현실 속 중증외상센터는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다.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병원 운영이 어려우며, 의료진은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의료사고 소송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필수 의료 분야의 위기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경북의 한 70대 여성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환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남편이 뇌경색으로 사망한 이후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보호자는 남편이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해 뇌혈관 시술을 받았으나, 며칠 후 상태가 악화되어 사망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호자가 제시한 뇌 MRI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환자가 응급실을 찾았을 당시 이미 중대뇌동맥 폐쇄 소견이 보였다. 중대뇌동맥은 뇌혈관 중에서도 중요한 혈관으로, 막힐 경우 사망이나 심각한 후유 장애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해당 환자는 증상이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보아 심장에서 기인한 혈전 색전증보다는 죽상경화증으로 인해 발생한 뇌경색이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죽상경화증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증상이 심하지 않을 수 있으나, 혈전이 점차 진행되면서 수일 내에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의료진은 두 가지 선택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 증상이 경미할 때 시술을 진행해 혈관을 넓히는 방법, 둘째, 증상 진행 여부를 지켜보다 증상 악화시 시술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죽상경화로 인한 중대뇌동맥 협착은 시술 후에도 혈관이 다시 막힐 위험이 높다. 이번 경우처럼 환자가 시술 후 상태가 악화되면 보호자는 의료사고로 오해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증상 진행 후 시술을 고려할 경우 치료의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 특히 밤중에 증상이 악화될 경우 골든타임을 놓쳐 시술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의료진에게는 매우 어려운 선택이 요구된다.

중증외상센터나 뇌혈관 치료 같은 필수 의료 분야에서는 의료진의 순간적인 판단이 환자의 생사를 좌우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할 경우, 이를 형사 처벌로 연결하는 현 체계는 의료진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필수 의료를 더욱 기피하게 만든다. 실제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한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정부는 필수 의료 분야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의 형사 기소 기준을 기존의 '상해 정도'에서 '중대 과실'로 변경하고, 반의사불벌 적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중대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형사 기소를 진행하고, 환자와 의료진 간 조정 및 합의가 이루어지면 반의사불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개선한 것이다. 특히, 고위험 필수 의료 분야에서는 사망 사고의 경우에도 반의사불벌 적용을 검토하며, 긴급한 상황에서의 구명 활동을 고려해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의료진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환자가 적절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의료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환자나 보호자가 억울함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의료진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지원과 법적 보호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조성해야 할 시점이다.

곽재혁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곽재혁신경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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