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가 거실 한복판에 놓인 집. 조연희(55·가명) 씨는 하루가 일년 같다고 했다.
외출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온종일 아픈 남편을 돌본 것만 1년이 다 돼 간다. 다시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지 않겠노라 결심했는데, 숱한 고민 끝에 재혼해 꾸린 가정은 연희 씨를 더욱 슬프게 만들었다.
반측 마비와 시각장애로 거동을 하지 못하는 남편은 치매까지 앓고 있다. 홀로 아픈 남편과 중학생 딸까지 돌보고 있는 연희 씨는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다.
◆남편 외도로 이혼 후 재혼…배우자 건강 악화로 생활고
연희 씨는 7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형제자매가 많았던 만큼 집안 형편은 좋지 못했으나 가족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 평소 지병을 앓던 아버지를 떠나보낸 연희 씨는 어머니, 막냇동생과 함께 언니 오빠들이 사는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연희 씨는 공장이나 옷가게, 화장품 가게 등에서 일했다. 자취를 시작한 이십대 중반, 친구의 소개로 남자친구를 만나 결혼한 연희 씨는 시댁에서 지내는 5년 동안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토목 일을 하던 남편은 가족들과 떨어져 지냈고 출장이 잦았다. 둘째가 태어난 지 3년쯤 됐을 때, 남편은 갑작스럽게 이혼을 요구했다. 외도를 하느냐는 연희 씨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남편은 아이를 하나씩 기르자는 연희 씨의 제안마저 거부했다. 연희 씨는 양육권을 모두 뺏긴 채 아이들 곁을 떠나야 했다.
이혼 후 연희 씨는 학원 상담교사 일을 하며 지냈는데, 형편이 넉넉지 못했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 항상 마음이 괴로웠다.
다시는 결혼을 거들떠보지 않으려 했는데, 상황과 주변 사람에 떠밀리다 보니 그것도 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40대 초반 지인의 성화에 남자를 소개받은 연희 씨는 진실하고 됨됨이 바른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됐다.
그는 번듯한 일자리가 있었고, 연희 씨에게 가족들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확신을 줬다. 그렇게 연희 씨는 남자와 만난 지 1년 만에 두 번째 결혼을 하게 됐다.
연희 씨는 결혼 직후 아이를 가졌다. 남편이 견인차 일을 하며 가족들을 부양했고, 연희 씨도 딸을 키우며 간간이 소일거리를 했다. 평화로운 일상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5년 전,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은 이후 남편이 갑작스럽게 몸져눕게 되기 전까지는.
당뇨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아픈 곳도 없던 사람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희귀성 신장질환이 남편에게 찾아왔다.
주 3회 신장투석을 시작한 남편은 경제 능력을 잃었고, 그때부터 연희 씨네 가족은 빚을 지게 됐다. 연희 씨가 시간제 근무로 돈을 벌었지만, 남편이 일하며 진 빚, 병원비, 생활비를 모두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얼마 뒤 남편은 신장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수술을 했다. 하지만 수술 뒤에도 건강은 나빠지기만 했다. 혼자서 부채를 감당할 수 없었던 연희 씨는 집과 남편의 사업장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갈 데 없어 지은 집이 발목 잡아…악화하는 생활고에 중학생 딸 걱정
빚을 일부 갚고 남은 돈으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지인 집의 방 한 칸을 빌려 세 가족이 지냈다. 세금도 제때 내지 못하는 형편이었지만, 연희 씨와 남편은 빚을 내 값이 싼 땅을 사서 집을 짓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만난 건축업자가 문제였다. 건축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은 채 집을 엉망으로 지은 업자는 하자 처리를 요구하는 연희 씨네 가족들에게 찾아와 물리적인 위협을 가했고, 업장을 정리한 뒤 연락이 끊겼다.
연희 씨 부부에게는 하자투성이인 집과 빚만 남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안 가 뇌경색이 찾아온 남편은 반신마비 상태가 됐고 시력까지 잃었다. 욕창과 코로나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남편의 병원비는 매달 500만원이 넘게 나왔다. 연희 씨는 병원에서 치매진단까지 받은 남편을 혼자서 돌볼 자신이 없어 보험 일을 하며 병원비를 충당하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도저히 간병비를 감당할 수 없어 지난해 남편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 뒤로 연희 씨는 온종일 집에서 남편을 돌보고 있다. 주에 세 번 투석을 위해 남편을 병원에 데려가는 것과 살림을 사는 것, 사춘기 온 중학생 딸을 돌보는 일은 모두 연희 씨 몫이었다.
가족요양급여와 장애연금 100만원 남짓, 그리고 국민연금으로만 생활하는 연희 씨네 가족은 툭하면 공과금 체납에 시달린다.
6천만원이 넘는 남편의 빚은 전혀 갚지 못하고 있고, 돈 나올 데가 없어 카드 돌려막기를 하던 연희 씨의 한 달 이자와 카드값은 300만원을 넘겼다. 차가 지나다니는 시골 길목에 지은 집은 내놓은 지 2년이 다 돼 가는데도 팔리지 않았고, 현재 연희 씨는 억대의 빚을 지고 있다. 더는 돌려막을 카드도 없어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다.
남편은 의식이 있을 때면 항상 연희 씨를 찾았고, 정신이 돌아올 때면 자신 때문에 가족들이 힘들다며 자책했다.
연희 씨는 한창 사랑 받으며 커야 할 딸에게 안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막막하다며, 연희 씨는 가족들 몰래 눈물을 훔칠 뿐이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 이웃사랑 성금 보내실 곳
아이엠뱅크(구 대구은행) 069-05-024143-008 / 우체국 700039-02-532604
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생활고로 수술할 수 없는 김영기 씨에 2,250만원 전달
척추 협착증과 측만증으로 도움 없이는 거동하기 어려워 수술이 필요하나 집세 마련도 힘든 형편인 김영기 씨(매일신문 2월 25일 11면 보도)에게 2천250만939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박종천 5만원 ▷하혜련 5만원 ▷구자선 2만원 ▷서숙영 2만원 ▷성민교 2만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돕는사람 3천원 ▷조금이라도돕자 1천원 ▷돕자 6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두 아이와 살 길 막막한 이정화 씨에 2,332만원 성금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다 이혼한 뒤 암과 각종 질환에 시달리며 두 아이와 생활고를 겪는 이정화 씨(매일신문 3월 4일 11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42명의 독자가 2천332만9천979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성철강㈜ 10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박기태)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밥정나누는사람들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두드림정신건강(정진영)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 10만원 ▷신세계로약국(박태환)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이석현)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온고을결혼정보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동신통신㈜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통영굴국밥국수(허정) 2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도경희 200만원 ▷김상태 100만원 ▷유주영 40만원 ▷이신덕 30만원 ▷박철기 20만8원 ▷김선아 이재일 20만원 ▷곽용 김선아 신진수 이동욱 조득환 최윤교 최창규 허금주 황우원 각 10만원 ▷김경호 김미희 김보현 김영수 박계순 박옥선 박정희 박희영 백미화 서정오 서준교 안대용 엄희숙 유명희 이승수 이종하 임채숙 전우식 정수영 정인용 최상수 최인주 하경석 각 5만원 ▷김태욱 박기영 박소영 변현택 신광련 이서연 이석우 이재민 이재열 조진우 최춘희 각 3만원 ▷이병규 이영수 각 2만5천원 ▷권오영 권유진 권정출 김덕우 김상기 김영진 김영희 김정만 김태천 남영희 박현주 배영철 서숙영 여경희 윤덕준 이재숙 이해수 최영화 홍준표 각 2만원 ▷김균섭 김다영 김선덕 김성진 김인식 김주현 남장호 박인배 박태용 박태훈 박홍선 박휘진 백진규 변희광 송상엽 신광수 안현정 옥숙정 우철규 유귀녀 윤태석 이영미 이영수 이운대 이유록 이윤학 이준수 이준우 정서원 정준홍 조영식 최경철 한정화 각 1만원 ▷서형덕 신혜진 양태자 윤인주 조용인 각 5천원 ▷김건율 이장윤 각 2천원 ▷최연준 1천원 ▷하정현 2원
▷'익명' 100만원 ▷'청눔2' 50만원 ▷'주님께감사' 15만원 ▷'사랑나눔624' '주님사랑' 각 10만원 ▷'최원석이은상' 7만원 ▷'배건우배선우' '안영희(정화씨에게)' '이정화님' 각 5만원 ▷'이정화님께기부' '이정화씨를위해써주세요' '잘될겁니다' '해만진주이안' 각 3만원 ▷'윤' '일광화' 각 2만원 ▷'석희석주' 1만원 ▷'돕는이' 8천139원 ▷'돕기' 5천원 ▷'수민' '은빈' 각 5천원 ▷'부모님임대업대박기원' 4천원 ▷'돕자' 1천200원 ▷'부모님임대대박기원' 1천원 ▷'돕기' 350원 ▷'돕자' 144원 ▷'돕자' 101원 ▷'돕기' 22원 ▷'잔액돕기' 11원 ▷'부모님건강임대업대박' '희망건강의지운응원' 각 1원
댓글 많은 뉴스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
이낙연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은 이재명 아닌 다른 인물 후보로 내야"
尹 석방…광장의 함성, 절차적 민주주의 되살렸다
시종일관 '당당' 윤 대통령, 줄곧 수세 몰렸던 박 전 대통령과 대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