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내버스 노선에 조정 요구 빗발…재조정 가능성은?

변경·폐지 노선으로 인한 민원 잇따라
버스 기사들 "운행 시간 부족…현장 고려 않은 시간표"
대구시 "대폭 수정은 어려워…소폭 수정은 향후 검토"

10일 대구 시내 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변경된 노선표를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0일 대구 시내 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민들이 변경된 노선표를 살펴보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시내버스 노선 개편 이후 폐지 노선 부활과 재조정을 요구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용자가 많은 대규모 주거단지를 비롯해 교통 소외지역과 학생 이용이 몰리는 곳 등 곳곳의 시민들이 기존 노선이 폐지·조정되면서 불편함이 크다고 호소한다. 시내버스 업계도 운행시간 현실화 등을 이유로 일부 조정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노선 사라져 학부모들이 돈 모아 관광버스 대절"

10일 대구시에 따르면 9일까지 종합상황실과 120콜센터를 비롯해 구‧군을 통해 접수된 노선개편 관련 민원은 노선 문의를 제외하면 모두 1천361건이다.

민원 중에는 개편 노선에 대한 불만이나 재조정 요구, 건의사항을 담은 '노선조정'이 397건(29.2%)으로 가장 많았다. 배차간격 조정 요구 335건(24.6%)도 적잖았다.

노선조정 민원 대부분은 노선 개편으로 평소 이용하던 노선이 폐지‧조정되면서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선주 달서구의원은 이날 달서구의회에서 열린 제310회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버스 노선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구의원은 "이번 노선개편으로 상인1동, 송현1동에서 달서구청으로 바로 가는 교통편이 사라졌다"며 "대건고와 효성여고로 통학하는 이곳 주민들은 현재 학부모들끼리 관광버스를 빌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 반야월과 수성구 시지지구 주민들은 두 곳을 잇던 849-1 폐지로 출근길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849-1번 버스의 경우 지난해 하루 평균 599명이 이용하던 노선으로 대구 도심을 거치지 않고 반야월과 시지지구를 연결해 직장인과 대학생 이용이 적잖았다.

수성구 주민 A씨는 "849-1번은 다른 노선과 중복되는 구간이 거의 없어 승객 수와 무관하게 존치시켰어야 했다"며 "대중교통 이용에 불편함이 커져 자차로 출퇴근해야 될 노릇"이라고 말했다.

대구에서 시지, 경산으로 가는 버스가 대거 빠지면서 대구와 경산을 오가는 시민들도 노선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은행역 부근에서 대구대로 통학하는 B씨는 바뀐 노선 때문에 기존 1시간 30분 가량 걸리던 통학 시간이 2시간까지 늘어나게 됐다고 털어놨다.

B씨는 "기존엔 대구대 기준으로 집까지 가려면 기존에는 840을 타고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지금은 대구대에서 영남대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2호선으로 갈아타거나, 하양역으로 가서 1호선으로 갈아탄 뒤 반월당역에서 다시 환승해야 한다"며 "환승 과정에 이동시간도 늘어지고 몸도 피곤하다"고 말했다.

이 외에 대구시 민원 홈페이지에도 직행1번 연경동 정류장 신설, 직행 2번 종점 연장 등 민원이 적잖은 상황이다.

◆시내버스 업계도 "일부 조정 불가피"…대구시 "대폭 수정 어렵다"

노선 조정 목소리가 잇따르면서 대구시의 개편 노선 재조정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는 지난 2015년 노선 개편 당시에도 민원을 수렴한 뒤 이듬해인 2016년 2월 8개 노선을 재조정한 바 있다.

시내버스 업계는 노선 뿐 아니라 배차간격 현실화도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운행시간 예측이 비현실적이어서 일부 노선의 경우 실제 운행시간이 지나치게 길고 배차간격도 늘어지는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232(구 323), 232-1(구 323-1)번 버스를 운영하는 한 시내버스 업체의 경우 이번 개편으로 기‧종점과 경유지가 변경되면서 실제 운행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 가까이 늘었다고 했다.

김대규 대구시버스노동조합 경상지부장은 "해당 노선은 기존 2시간 10분이던 운행시간이 노선 개편 이후 3시간으로 늘었다. 대구시에서는 '2시간 30분'을 기준으로 운행시간표를 작성하라고 했는데, 어떻게 거리와 시간을 계산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기사들은 버스 안에서 내리지 않은 채 3시간을 있어야 한다. 자연스레 배차간격도 늘어나 문제"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소폭 수정을 검토하겠지만 노선을 신설 또는 폐지하는 수준의 대폭 수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존 노선을 한 블록 정도 약간 수정하거나 정류장 위치를 일부 조정하는 정도의 수정은 검토해볼 수 있지만, 큰 폭의 수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개편으로 짜놓은 배차간격 등이 모두 틀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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