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전투기 오폭 사고…기강 해이가 빚은 '인재'(人災)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부터 부대장 지휘·감독 미흡까지

10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현장에서 공군 장병이 파손된 민가의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포천에서 발생한 초유의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원인이 조종사 좌표 입력 실수와 부대장 지휘·감독 미흡으로 밝혀졌다. 일선 군 부대의 기강 해이가 빚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은 10일 전투기 오폭 사고 중간조사결과 발표에서 "사고를 낸 전투기 2대의 조종사들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하고, 이를 3단계에 걸쳐 재확인하는 절차를 게을리했다"고 밝혔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공대지 폭탄 실사격 훈련임에도 부대 지휘관들은 지휘·감독 등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것이다.

군에 따르면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조종사 2명은 사고 전날인 5일 실무장 사격을 위한 표적 좌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이를 입력했는데 이 과정에서 위도 좌표 'XX 05.XXX'를 'XX 00.XXX'로 잘못 입력한 것이다.

다만 공군은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잘못 불렀는지, 맞게 불렀는데 2번기 조종사가 잘못 입력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게다가 군은 이를 바로잡을 기회도 살리지 못했다. 공군은 ▷비행임무계획장비(JMPS)를 활용한 비행 준비 과정 ▷비행자료전송장치(DTC)를 전투기에 로딩한 후 이륙 전 항공기 점검 과정 ▷사격 지점에서 표적 육안 확인 과정 등 전 임무 과정에 걸쳐 적어도 세 차례 이상 표적을 재확인해야 했으나 1번기 조종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결론내렸다.

이륙 후 비행하면서 1번기 조종사는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으나, 항공기 비행정보를 믿고 임무를 강행했다. 게다가 정해진 탄착시각(TOT)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표적을 정확히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했음에도 최종공격통제관(JTAC)에게 '표적 확인'이라고 보고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투하 전 표적 육안 확인' 기회도 건너뛰었다.

2번기 조종사는 이륙 전 장비 오류로 DTC에 데이터가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 수동으로 표적 좌표를 입력했는데, 이때 좌표를 정확하게 입력했다. 하지만 1번기와 동시 투하를 위해 밀집대형 유지에만 집중하느라 표적좌표를 벗어난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1번기 지시에 따라 잘못된 지점에 폭탄을 투하했다.

공군은 "이번처럼 조종사가 잘못된 표적을 입력해 오폭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교차 검증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