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김병호 대구파티마병원 의무원장 "나보다 남 귀하게 마음으로 어려움 극복"

김병호 대구파티마병원 의무원장. 대구파티마병원 제공.
김병호 대구파티마병원 의무원장. 대구파티마병원 제공.

대구 안에서 '대구파티마병원'의 위치는 꽤나 독특하다. 상급종합병원은 아니지만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진료과와 의료진을 갖추고 있고 수련병원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구파티마병원은 어찌보면 상급종합병원보다 현재의 의정갈등 상황을 더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병원을 둘러싼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 이달 초 취임한 김병호 신임 대구파티마병원 의무원장은 이를 타개해 나갈 자신의 역할과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 의정갈등 상황 속에서 의무원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거울 것 같다. 의무원장에 내정됐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 궁금하다.

▶ 전임 허동명 의무원장과 김건우 의무원장께서 워낙 역할을 잘 해 주셨다. 그래서 '후임으로 오는 사람은 더 잘하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 후임이 제가 될 줄은 몰랐다. 거기에다 아직 의정갈등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무원장을 맡게 됐다. 이전 의무원장들의 훌륭한 공적을 유지만 해도 성공적이겠다는 마음도 있고, 의정갈등 속에서 제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의무원장직에 임할 생각이다.

-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종합병원에서 심장혈관흉부외과 전문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대구파티마병원에 근무하겠다고 결정한 계기가 궁금하다.

▶ 대구파티마병원에 심장혈관흉부외과가 1996년에 처음 생겼다. 그 때만 해도 전문의가 제 선배 의사 한 분 밖에 안 계셔서 제대로 된 수술을 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공중보건의로 복무하다 전역할 때쯤 그 선배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연락이 왔다. IMF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라 사실 병원 측에서도 채용을 많이 고민했었는데 한 환자가 '의사가 더 필요하다'며 간곡한 내용으로 병원장께 편지를 보내 채용을 결정했고, 그 행운을 제가 얻었다. 제가 들어온 이후 대구파티마병원에서도 전문적인 심장질환 수술이 가능해졌다.

- 흉곽 질환을 전문으로 다룬다고 들었다. 어떤 질환이고 병원에서 진행한 주요 치료법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 흉곽을 구성하는 갈비뼈나 가슴뼈의 모양이 잘 형성되지 않아 생기는 문제를 말하는데 갈비뼈에 밀려 가슴뼈가 들어가버리면 오목가슴, 밀려나면 새가슴이라 부른다. 특히 오목가슴의 경우 교정하는 과정에서 보조기를 이용하거나 수술을 해야 하는데, 예전에는 가슴 부위를 크게 절개해서 갈비뼈를 제거하고 가슴뼈를 든 뒤 막대를 넣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모양은 잡히는데 호흡이나 흉터가 크게 남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다 1998년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수술 방식이 국내에 도입됐는데 그 때 처음 이 방식을 도입한 박형주 서울성모병원 교수를 통해 수술법을 배웠고, 현재 한강 이남에서는 제가 이 수술을 제일 많이 한다.

- 지난해 10월에 비행기 안에서 두 명의 승객에게 응급처치를 해서 생명을 살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 가족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비행기에서 의사를 찾는 방송이 나오길래 일단 나가봤다. 한 승객이 갑자기 눈이 돌아가고 호흡을 못하고 있더라. 그래서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더니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다 한 시간 뒤에 또 발작이 일어나서 그 다음부터는 승무원의 도움과 승객 중 간호사인 분의 도움을 받아 비행기 내 응급키트 속 주사제 등을 이용해 겨우 위기를 넘겼다. 그러다가 또 다른 승객이 기립성 저혈압으로 갑자기 쓰러졌다는 승무원의 연락을 받고 또 그 분에 대한 응급처치를 진행했다. 어찌보면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한 건데, 워낙 의정갈등이 깊어지던 때여서 저의 행동이 의사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다.

- 신임 의무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의정갈등 상황 속에서 병원 내 많은 직역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의사 뿐만 아니라 간호사도 일이 늘어서 힘겨워하는 와중에도 묵묵히 해내고 있다. 병원 안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래서 제 임기 동안에는 이러한 갈등들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저 사람이 나보다 낫다'는 생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환자로 온 사람이라도 환자복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가면 사회에서 나보다 더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일 수 있다. '내가 잘 났다'는 마음 보다는 '상대방이 나보다 낫다'는 마음으로 환자를 대한다면 대구파티마병원이 지향하는 슬로건인 '환자 중심, 진료 중심, 이념 중심, 모두가 행복한 파티마'라는 정신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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