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벌, 나비, 귀뚜라미 등 곤충이 자취를 감추면 당장 새들이 심각한 식량난에 처한다. 1만 종 중 절반가량이 멸종할 정도다. 꽃과 열매로 가득한 정원은 사라지고, 사과·배·딸기·복숭아 등 과일도 볼 수 없게 된다. 세계 식량 작물의 3분의 1 이상이 벌과 나비 등 곤충의 수분(受粉·꽃가루받이)에 의지해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지구는 수많은 생물종이 절멸(絕滅)하는 황폐한 땅으로 변한다. 환경 전문 기자인 올리버 밀먼이 쓴 '인섹타겟돈[곤충(insect)과 종말(armageddon)의 합성어]'이 그린 암울한 미래다.
어설픈 상상이 아니라 수십 년 관찰에 바탕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유럽 과학자들에 따르면, 지난 27년간 동물보호구역에서 날아다니는 곤충이 75% 이상 감소했고, 곤충의 평균 몸무게는 1989년에 비해 4분의 3이 줄었다. 세계 곳곳에선 사라진 곤충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최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빙엄턴대 연구자들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나비 개체수가 20년간 22% 감소했고, 일부 종은 50분의 1 미만으로 급격히 줄었다. 342개 종을 관찰했더니 107개 종은 50% 이상 감소했다. 나비가 줄어든 이유로는 서식지 파괴, 살충제, 기후변화 등이 꼽혔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작물 100종 중 70종 이상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꿀값이 문제가 아니라 식량 안보가 위협받는다. 하버드대 연구 팀이 꿀벌이 사라졌을 때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 10년이 흘렀다.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 일로(惡化一路)다. 단순히 식량 문제를 넘어 생태계 교란(攪亂)으로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쉽지 않다. 꿀벌 등 곤충이 담당하는 수분의 경제적 가치는 217조원에 달한다는데, 인류가 대체 수단 마련을 위해 이보다 몇 배의 돈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문제 해결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난 4억 년간 5차례의 집단 멸종을 이겨 낸 곤충이 어느 때보다 빨리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농약과 살충제 사용을 줄이자니 당장 작황이 걱정이다. 반나절만 동네를 돌아다니면 여름방학 '곤충 채집' 숙제를 해결하던 때도 있었는데, 나비 구경조차 쉽잖은 세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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