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민원 들끓는 염색산단, 대구시는 구체적 이전 계획 세워라

폐수·악취·매연 등으로 민원(民願)이 끊이지 않는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를 이전(移轉)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다. 최근 염색산단에서 폐수가 하천에 흘러드는 사고가 반복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시설이 낡고 입주 업체들이 대부분 영세해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도 여의치 않다. 염색산단 이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염색산단에서는 올해 들어 폐수 유출 사고가 다섯 차례 발생했다. 대구시는 염색산단 내 폐수 배출 관리 강화를 위해 점검을 확대하고, 유출 업체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폐수 유출원 한 곳을 특정(特定)하는 데만 두 달이 걸릴 정도로 유출 경로를 찾는 일은 어렵다. 오래된 공장이 많다 보니 의도치 않게 낡은 관로(管路)에서 염료가 새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염색산단의 환경 문제는 폐수 유출만이 아니다. 폐수처리장의 악취와 석탄을 연료로 쓰는 열병합발전소의 대기오염으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

1980년 조성된 염색산단은 섬유산업을 이끌었지만, 산업 쇠퇴와 설비의 노후로 한계수명(限界壽命)에 이르렀다. 또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이전의 필요성이 커졌다. 대구시는 지난해 8월 염색산단을 군위군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2030년까지 군위 1첨단산업단지에 염색산단을 조성해 단계적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시의 이전 계획은 구상 단계이다. 언제, 어떻게 이전하겠다는 실행 계획이 없다. 염색산단 입주 기업들의 대부분은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시의 명확한 계획이 없는 데다 이전 비용이 부담되기 때문이다. 이전보다는 업종 제한을 해제해 달라고 요구하는 업체들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염색산단 이전은 요원(遙遠)하다. 이전은 이해관계가 복잡한 난제(難題)다. 업체들의 동참이 없으면 이전은 불가능하다. 5년 남았다고 해서 느긋해할 일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공장 이전은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검토하고 준비할 게 많다. 대구시는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구체적인 이전 계획을 마련해 기업들을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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