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올해 창립 27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히스토릭 222' 워치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 바쉐론 콘스탄틴의 설립

창립 이후 단 한 번도 시계 제작을 멈춘 적 없는 가장 오래된 손목시계의 역사인 바쉐론 콘스탄틴.창립자인 장 마르크 바쉐론은 1731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기계와 정밀 공학에 관심이 많았다. 18세기 제네바의 시계 제작 장인들에게 기술을 배우며 숙련된 시계 장인으로 성장했다. 장 마르크 바쉐론은 1755년 공방을 오픈하여 그의 시계 제조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견습생을 고용하며 독창적인 기계식 시계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1755년 장 마크 바쉐론이 제작한 최초의 포켓 워치시계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이후 그의 아들 아브라함 바쉐론에게 계승되었고 바쉐론 가문은 초기부터 뛰어난 기술력과 정밀한 제작 방식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1810년부터 창립자의 손자인 자크 바르텔레미 바쉐론이 사업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해외사업을 시작,1819년 프랑수아 콘스탄틴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바쉐론 가문의 경영에서 벗어나 콘스탄틴 가문과 협력 체제로 전환하며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 Constantin)"으로 회사명을 변경했다.

본격적으로 유럽과 북미 시장을 개척하며 브랜드의 명성을 국제적으로 확장했다. 1996년 바쉐론 콘스탄틴은 럭셔리 명품 그룹인 리치몬드에 인수되어 전통적인 워치메이킹 기술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경영 방식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으로 럭셔리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1839년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혁신을 연 팬터그래프. 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 바쉐론 콘스탄틴, 혁신의 순간

바쉐론 콘스탄틴은 생산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시계 공학의 천재인 조르주 오귀스트 레쇼를 1839년 영입하여 이전까지 장인이 수작업으로만 제작했던 기술을 시계 제조의 기계화 및 표준화 도입으로 시계 분야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았다. 레쇼는 팬터그래프(도안을 축소 또는 확대하여 정밀하게 복제하는 기계 장치)를 개발하여 스위스 시계 산업의 표준 기술이 되어 더 정밀한 시계를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레쇼의 만남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현대 시계 제조의 기초를 다진 역사적인 순간으로 이때부터 바쉐론 콘스탄틴은 기술적으로 가장 앞선 최고의 시계 브랜드 중 하나로 올해로 창립 270주년을 맞이했다.

◆ 제네바 씰 인증

제네바 씰 인증은 1886년 제네바 주정부와 제네바 시계 학교가 제정한 스위스 최고급 시계 품질 인증 마크로 무브먼트의 정확성, 내구성, 마감, 장인 기술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제네바 주(州)에서 제조된 무브먼트만 인증하는 제도이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01년 최초로 제네바 씰을 획득한 브랜드 중 하나로 제네바 씰을 지속적으로 획득하는 몇 안 되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이다. 이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전통적인 장인 기술과 최고급 품질 기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 메티에 다르(Métiers d'Art) 컬렉션

메티에 다르 컬렉션은 단순한 고급 시계가 아닌, 시간을 초월한 예술 작품으로 역사적, 문화적, 자연적 영감을 받은 테마를 반영하고 정교한 장인 기술과 스토리텔링이 결합되어 전통적인 공예와 최첨단 시계 기술이 조화를 이루어 소장 가치가 높은 최고의 컬렉션으로 손꼽힌다.

시리즈의 개별 모델은 약 1억 원에서 1억 5천만 원 선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메티에 다르 컬렉션은 세트로 출시되어 3~4개 세트 기준으로 약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예술적 가치와 희소성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컬렉터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주요 컬렉션으로는 중국 12 지신, 위대한 문명, 열기구 여행, 샤갈 & 오페라 드 파리, 천문학과 우주 등이 있다.

▷중국 12지신

중국의 음력 설과 12지 동물을 테마로 불에 구워 만든 에나멜(법랑) 장식으로 깊고 생생한 색상과 세밀한 조각으로 표현된 12지 동물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위대한 문명

바쉐론 콘스탄틴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협업으로 탄생된 위대한 문명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페르시아 문명을 대표하는 유물과 예술을 시계에 표현했다.

▷열기구 여행

1783년부터 시작된 프랑스의 열기구 탐험을 시계 다이얼에 재현하고 공중을 떠다니는 듯한 입체적인 열기구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샤갈 & 오페라 드 파리 (Chagall & L'Opéra de Paris)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이 그린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천장화를 다이얼에 재현했다.

오버시즈 크로노그래프, 쿼츠, 투르비용(왼쪽부터).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 바쉐론 콘스탄틴의 대표 컬렉션

바쉐론 콘스탄틴의 대표 컬렉션은 오버시즈(Overseas), 패트리모니(Patrimony), 트레디셔널(Traditionnelle), 피프티식스(Fiftysix) 등 다양한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각의 특징과 멋스러움으로 시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오버시즈

1977년 출시된 "222" 모델에서 유래된 럭셔리 스포츠 시계로 여행자와 탐험가를 위한 실용성과 견고함을 겸비한 컬렉션으로 150m 방수 성능과 다양한 컴플리케이션(듀얼 타임, 크로노그래프 등)과 몰타 십자가에서 영감을 받은 베젤과 브레이슬릿, 교체 가능한 다양한 스트랩이 제공된다.

▷패트리모니

1950년대 바쉐론 콘스탄틴의 클래식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멀리즘 컬렉션으로 전통적인 라운드 케이스와 균형 잡힌 다이얼 레이아웃이 특징이며 주요 모델로 셀프 와인딩,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등이 있다.

▷트레디셔널

바쉐론 콘스탄틴의 전통적인 시계 제작 기술을 강조한 컬렉션으로 정교한 기계식 컴플리케이션이 적용되었으며 주요 모델로는 투르비용,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등이 있다.

▷피프티식스

1956년 출시된 바쉐론 콘스탄틴의 Ref. 6073 모델에서 영감 받아 레트로 감성과 모던함이 조화된 디자인으로 클래식하고 캐주얼한 감각을 강조하며 주요 모델로는 컴플리트 캘린더, 데이/데이트 등이 있다.

▷히스토릭

바쉐론 콘스탄틴의 상징적인 모델들을 현대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 과거의 디자인 요소를 유지하면서도 최신 시계 제작기술을 적용하였다.

1977년 출시된 히스토릭 222는 스포츠 럭셔리 시계의 재해석하였고 1921년 미국 시장용으로 제작된 히스토릭 아메리칸 1921는 드라이빙 워치의 현대 버전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 주며 대부분의 히스토릭 모델은 한정 수량으로 제작되어 희소성의 가치가 있다.

골드 브레이슬릿은 함께 제공되는 악어가죽 또는 고무 스트랩으로 바꿀 수 있다. 도구 없이 교체 가능하다.사진 바쉐론 콘스탄틴 제공

◆바쉐론 콘스탄틴의 주요 고객들

세계 각국의 왕족, 정치인, 예술가 등 다양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정교함과 예술성으로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 이집트의 파르쿠 국왕, 미국의 해리 S. 트루먼 대통령,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결혼 선물로 받은 다이아몬드 브레이슬릿 워치를 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은 시계 마니아로 황실 문장인 이화문이 새겨진 바쉐론 콘스탄틴의 회중시계를 소유했으며 2010년 케이 옥션 경매를 통해 시작가 5,000만원에 출품되어 1억 2500만 원에 개인 수집가가 낙찰받았다.

이 외에도 할리우드 스타 말론 브란도, 브래드 피트, 톰 크루즈 등 현대의 유명 인사들과 역사적 인물들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시계 브랜드로서의 품질과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창립 270주년

2015년, 260주년을 기념하여 8년간의 연구를 통해 57개의 기능을 담은 회중시계 '캐비노티에 Ref. 57260'을 발표한 바 있으며 270주년을 맞이하는 2025년에는 '히스토릭 222' 스테인리스 스틸 버전을 출시했다. 1977년, 브랜드 창립 222주년을 기념해 발표된 '222' 모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선보였으며 이번 270주년은 브랜드의 유산과 미래 비전을 동시에 보여주는 이정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