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인구 1000만 명 돌파, 노인공화국 명암' 한 언론사의 칼럼 제목이다. 100세 시대에 한국 사회 65세 이상 고령인구 중 독거노인 가구는 약 213만 8천 가구로 전체 고령자 가구의 37.8% 차지하고 있다. 한국 사회도 초고령화로 진입하면서 가족돌봄 노동과 중증노모 부양의 후유증으로 인한 '간병 비극'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 복지, 문화와 여가 등 초호화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 고령 친화 주거 공간인 실버타운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지고 있고, 정부도 실버타운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정책 마련과 규제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노인공화국으로 진입하고 있는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치매 노인 이야기는 연극, 뮤지컬에서도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춘천 (사) 문화프로덕션 도모가 선보인 <효자동 청춘 하우스>(작 연출 김미아, 아트팩토리:봄) 는 공동 주거 시설(청춘 하우스)에서 세 명의 홀몸 노인들이 티격태격하면서도 청춘 못지않게 살아가는 이야기로 "어, 어, 재밌게 만들었네"가 터져 나올 만큼 유쾌한 연극이다.
길을 잃고 청춘 하우스로 우연히 오게 된 치매 노인 극중인물(이미영)도 등장하고, 장녀로 태어나 동생 뒷바라지로 칠십 평생 설레는 사랑 고백 한번 해본 적 없는 강점례 여사(추보경 분), 결혼한 딸아이한테 짐이 될까 '청춘 하우스'를 택한 왕언니 김춘자 여사(최수현 분)가 극을 끌고가는 인물들이다. 점례 여사는 차돌섭 (김웅형 분) 할배의 사랑 고백에 수줍어하기도 하고, 사회복지사 (우현지 분) 제안으로 상금 200백만 원이 걸린 '전국노래자랑 춘천시 편'에 나가기 위한 70대 세 할머니의 시끌벅적한 좌충우돌 노년 인생은 '칠곡 랩퍼 할매'들 처럼 짠하면서도 실버 하우스는 청춘 인생이다. 홀몸 노인들과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사회현상을 다루는 소재는 넘쳐나면서도 특별한 것은 정형화된 스토리에도 관객들을 살짝 '짠 '하게 만들고 극 중 캐릭터들이 만들어 내는 웃음의 속도감들이다. 웃음을 유도하는 포인트가 과하면 B급으로 흐르고 과장된 캐릭터가 넘치면 식상해지는데 <효자동 청춘 하우스>는 연극적인 경계를 이탈하지 않고 극의 균형을 잡고 80분을 달리는 게 장점이다.

◆춘천 효자동에 <효자동 청춘 하우스> '웃음의 건축물'
춘천의 실제 지명인 '효자동'을 연상하게 되는 청춘 하우스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청춘 하우스 공동 주거 공간은 작가의 상상이다. 효자동(孝子洞)은 강원 특별자치도 춘천시의 행정(동)명이다. 효자 1동에 효자 반희언(潘希彦)을 기리는 효자문이 있었던 것이 유래가 될 정도로, 효자마을로 알려져 있다. 김미아 작가는 노년 인생들이 살아가는 인생 3막의 공동 주거 주택 공간을 '청춘'으로 전환하고 위치도 효자동으로 특정한 것을 보면 노모를 부양하며 살아가는 한국 사회 효자의 품귀현상을 비틀고 있다. 세 명의 홀몸 노인들의 팔팔한 인생 비결은 극 중 사회복지사의 제안처럼 노래하고, 춤추며 청춘 인생으로 무조건 달려가는 것이 건강 비결이다. 무대는 세 식구 정도 살아갈 수 있는 청춘 하우스로 미니멀하다. 살림살이는 라디오와 가전제품 몇 개가 전부이고, 소파와 TV, 꽃병 몇 개와 가구가 전부다.
이 작품에서 웃음코드로 발열될 수 있는 특징은 극 중 인물들의 노년 인생의 캐릭터다. 캐릭터에서 대비감이 주는 극적인 효과가 작품구성에 전체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효자동 청춘 하우스>에 살아가는 극 중 인물들과 차돌섭, 욕쟁이 옆집할매(멀티역 김웅형 분)와 세 명의 할머니가 웃음을 유발할 수 있는 캐릭터로 작가가 설계했다. 공공근로를 다니는 춘자 할머니는 20리터 쓰레기봉투 한 장 670원이라며 꾹꾹 눌러서 쓰레기를 버리라며 절약이 생활화 되어 있다. 전기 절약을 외치는 꼬장꼬장한 원칙주의자이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정만큼은 넘친다. 면박을 주는데도 점례(추보경 분) 씨는 TV 켜놓고 세월 타령을 하면서도 약장수 약으로 10살은 젊어질 수 있다며 청춘 인생을 외치기도 하고 미국에 사는 자식이 있다고 당당하게 맞받아치는 할머니다.
춘자가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던 치매노인 이미영(이현지 분)과 우연히 청춘 하우스에서 살게 되면서 이들이 살아가는 <효자동 청춘 하우스>는 건강한 웃음으로 돌진하기도 하고 가족사에 짠해진다. 춘자와 점례를 돌아 이상한 손님, 상금 200백만 원, 성형수술, 점례와 미영, 사랑의 배신자, 전쟁과 전국노래자랑까지 옴니버스로 연결된다. 별빛이 내리는 장면에서 바바리코트를 걸쳐 입고 노년에도 애정 고백만큼은 차돌남 처럼 돌진하는 돌섭의 등장과 점례 여사가 '돌섬 오빠'를 향한 심쿵 거리는 수줍음에 웃음이 터지면서도 상금 타면 성형수술 한다며 호들갑스럽게 사랑 타령하는 세 할머니의 전국노래자랑 출전 소식에 응원하는 박수 소리도 커진다. 그렇다고 <효자동 청춘 하우스가 가벼운 웃음 코드로만 달리는 것은 아니다. 세 할머니의 가족사가 극의 중반부터 밝혀질 때면 웃다가도 짠해지는 노년의 외로움을 마주한다. 점례의 액자사진을 자기 손녀딸이라며 14살이 되어가는 미영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애잔해지고, 빚보증 잘못 서서 딸자식과 헤어져도 청춘하우스에서 절약하며 혼자 살아가는 춘자와 딸 미영(우현지 분)의 장면이 극의 중반 언덕을 달릴 때면 혼자 살아가는 인생에도 딸자식만 생각하는 노모의 마음에 무거워진다.

점례 가족이 미국에 살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질 때 세 명의 할머니가 가족들한테 버림받은 씁쓸한 인생인 것을 눈치채게 될 때면, '부모 버리는 자식들'이란 뉴스가 가슴에 박혀 먹먹해지지도 하고 노인 돌봄과 사회적 부양의 견고한 노인 복지시스템의 보안도 필요해 보인다. 작가는 미영, 점례, 춘자를 통해 노인 돌봄과 부모 부양을 제도화할 수 있는 것은 효자동 청춘하우스 공동체처럼 노년 인생들이 웃고 즐기며 청춘 인생으로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사회제도와 효(孝)에 대해 둘러 말하면서도 <효자동 청춘 하우스>를 통해 치매 노인, 노인 부양, 사회 돌봄 문제를 치유 할수 있는 것은 '사회공동체 정신'이란 점을 은유하고 있는 작품이다.
춘천 도모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작품에 '딱'이고, 김유정 문학관을 바라보고 있는 도모 소극장 관객들도 박수치고 웃고 하는 걸 보면 오픈런으로 해도 될 정도로 지역공연으로 특화한 작품이다. 웃음을 참다가, 강점례역의 추보경 배우의 넉살에 '빵' 터지고 옆집 할머니(차돌섭)와의 황혼 로맨스 장면은 코미디프로 같으면서도 장면으로 집중시키는 배우들의 캐릭터 연기가 작품의 매력이다. 마지막 장면은 전국노래자랑 '춘천 편'인데 '무조건을 부르는 초대 가수(김경민 분)도 등장하고 '서울시스터즈' 처럼 무대를 감기게 만드는 극 중 노인들이 보여주는 안무와 노래에 객석은 앵콜, 앵콜을 부르고. 관객이 좋아하고 지역연극이 <효자동 청춘 하우스>로 생기가 도는데 춘천에서 다른 연극이 뭐가 필요할까. 아쉬운 점은 극중인물 캐릭터가 70, 80년대 코미디프로 같은 장면구성으로 극적 드라마가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이고, 이 틈새를 웃음으로 전환하는 간결함이 장점이다.

김건표 대경대 연극영화과 교수(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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