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전병서] '트럼프 리스크'는 주가로 판단하라!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을 계기로 인류운명공동체라는 '지구화' 시대가 저물고 약육강식의 '지정학' 시대가 도래했다.

약육강식 시대는 주먹이 유일한 권력이고 법이다. 부동산업자 출신 트럼프가 동맹을 보는 기준은 '민주주의라는 가치'가 아니라 '거래적 이익'이 있는지 없는지에 근거한 '쩐(錢)의 유무'다. 그래서 미국의 동맹들은 당황스럽다.

그러나 주먹으로 일어선 자 주먹으로, 칼로 일어선 자 칼로 망한다. 패권국가는 힘 만으로 안 된다. 리더십은 신뢰다. 말 위에서 나라를 세울 수는 있지만 다스릴 수는 없다. 지금은 건국 시기가 아닌데 말 위에서 미국의 약한 동맹들을 마구 짓밟고 달리면 나라 세우다가 트럼프 4년 임기 다 지나간다.

지금 트럼프의 행태는 미국의 모든 동맹들을 '펜스 시터(Fence Sitter·형세를 관망하는 사람)'로 만든다. 모든 동맹들이 담장 위에 앉아 리더가 힘 빠질 때까지 눈치만 보고 기다리는 것이다. 절대 리더의 신뢰에 대한 의심이 불러온 현상이다.

세계의 패권이 어디로 가는지는 황금에게 물어보고 경기가 어디로 가는지는 구리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200년 전 세계의 황금은 베이징에 모였지만 아편전쟁 이후 황금은 런던에 모였고 2차대전 이후 황금은 뉴욕에 모여들었다. 그런데 지금 세계의 황금은 다시 중국과 인도로 향하고 있다.

시장을 막고 상품의 유통을 막으면 가격은 올라간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전세계 구리 값을 올려 놓고 있다. 금리를 내리려던 미국이 주춤하는 이유다.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 건설'은 '위대한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돈이 가장 정확한 심판관이다. 트럼프 정책의 성패 여부는 돈에게 물어보면 된다. 대국 지도자의 입이 가벼워서는 안된다. 투머치 토커 트럼프의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전쟁 중에는 경기 하강이 불가피하다"는 입방정이 미국 주가를 폭락시켰다.

그러나 정작 미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중국 주가는 상승 중이고 미국의 규제를 가장 집중적으로 받은 중국의 대표 반도체 업체인 SMIC의 추가는 사상 최고치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기 전에 정책을 철저히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 않으면 의도치 않은 두려운 결과의 법칙에 부딪힐 위험이 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외교정책은 미국 방위산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유럽에 대해 GDP 대비 국방비를 올리지 않으면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하고 러시아와 친구 먹고 우크라이나 종전을 조기 유도하는 트럼프의 외교전략이, 미국 방산업 주가를 폭락시키고 유럽의 방산업 주가는 폭등시키고 있다.

이유는 유럽이 국방비를 늘리고 무기 구매를 늘리지만 미국에 의존한 안보가 이젠 위험하다고 보고 미국산 대신 유럽산 무기를 대거 구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산 무기를 사는 것은 미국의 우정과 보호를 사는 방법이었지만 트럼프의 정책은 이를 모조리 뒤엎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국유 천연자원 수입의 50%를 미국에 주는 협정에 서명하도록 강요하면서 "저는 매우 많은 것 이상의 '안보 보장'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유럽이 그렇게 하도록 할 것입니다. 유럽은 바로 옆집 이웃이기 때문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안보 보장은 워싱턴이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거래를 성사시키는데 사용한 최고의 감미료였다. 유럽을 포함한 많은 국가가 미국의 안보 보장이 제공되기 때문에 미국 무기를 구매했다. 안전 보장은 사실 단순한 감미료가 아니라 무기 거래의 핵심이었다.

트럼프가 러시아와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편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의 무기를 가장 관대하게 구매한 국가조차도 자신의 돈이 워싱턴의 자비와 보호로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게 되었다.

'이솝의 동화'에 나그네의 옷은 바람이 아니라 햇빛이 벗긴다. 쇠주먹을 휘두르면서 동맹국을 위협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국의 적은 외부가 아니라 항상 안에 있다. 통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뢰성과 유동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는 '트레핀의 법칙'을 거스르는 트럼프의 무리한 무역수지 축소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트럼프가 '이솝의 동화'와 '트레핀의 법칙'을 이해하고 있는지는 주가가 판결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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