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일 아침-하영석] 미 관세폭탄이 촉발한 공급망 혼란,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계명대 명예교수)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
하영석 한국해운항만학술단체협의회장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2.0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중국에 10%+10%,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추가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하였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부과된 추가 관세는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자유무역협정(USMCA) 기반의 북미 지역 공급망에 대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세계화의 후퇴로 무역 분절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블록 중심의 공급망에 큰 충격을 가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관세 폭탄에 대응한 상대국의 보복 조치로 희소 자원이나 특정 부품에 대한 일방적인 수출 통제가 발동되면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가 재발될 수 있다.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으로 확산된 세계화는 공급망 구축의 필요성을 각인시켰고,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중심에 서게 만들었다. 전 세계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 지역 간, 국가 간 분업 체계에서 컨테이너 운송 기반의 공급망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원자재의 조달에서부터 생산, 유통 과정을 거쳐 제품을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연결 구조를 공급망이라 하며, 이를 효율적·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공급망 관리이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생산원가 절감은 물론, 서비스 수준과 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원자재 조달의 용이성, 낮은 지가,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한 국가를 중심으로 생산·조립 공급망, 그리고 소비지를 중심으로 유통 공급망이 구축되었다.

효율적인 공급망 관리는 정보통신 기반하에 지역 간·국가 간 연결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는 운송수단과 잘 갖추어진 운송·물류 인프라를 전제로 가능하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해상운송발 물류대란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또한 후티 반군에 의한 홍해 사태,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의 통항 제한, 중동 및 대만해협의 위기로 운송수단의 신속한 이동을 담보하는 글로벌 해상 수송로가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은 공급망 교란이라는 불씨에 기름을 붓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트럼프 1.0 시대에 시작된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 제품에 부과된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중국에 집중된 생산·조립 공장을 중국 이외 지역으로 일부 이전하는 '차이나(China)+1' 전략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였다. 이와 병행하여 생산시설을 자국으로 이전시키는 리쇼어링과, 자국 인근으로 옮기는 니어쇼어링, 거대 수요지 인근으로 이전시키는 로컬쇼어링 등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였다. 이의 일환으로 멕시코와 캐나다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을 겨냥한 공급망이 구축되었다.

이 결과 멕시코와 캐나다가 각각 미국의 1위, 3위 수입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생산·조립 공급망을 중심으로 멕시코에 525개 기업이 진출해 있다. 니켈, 코발트 등 배터리용 광물자원이 풍부한 캐나다에는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등 전기차와 배터리 중심의 공급망이 구축되어 있다.

물류대란과 차량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자동차 공급망 마비를 경험한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공급망 붕괴의 위기를 직감하고 있다. TSMC의 창업자인 모리스 창은 미 애리조나 공장 착공식에서 "세계화는 수명을 다했다"고 언급하였다. 이것은 기존의 공급망 구축 전략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하며 고부가·고기술 제품의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는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에 부응하는 공급망을 모색해야 한다.

원가 절감과 적시 생산(JIT)의 공급망 중심에서 경제안보, 탈탄소, 안정성에 방점을 둔 하이브리드형 공급망 구축 전략이 요구된다. 안보와 상호 의존적인 기술, 에너지, 관세정책 등을 고려하여 글로벌 집중, 지역 집중, 현지 생산, 국내 생산 등의 분산 전략과 탈탄소화를 위해 공급망 단축이 가능한 현지 및 국내 생산의 비중 확대를 복합적으로 추진하여야 한다.

아울러 지정학적 위기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비하여 안정성이 담보되는 공급망 지도를 그려 나가야 할 것이다. 국정이 안정되어 정부의 '공급망안정화위원회'가 필요한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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