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이 중재한 러-우 전쟁 30일 휴전, 공은 러시아로

'우크라 때린 뒤 러 쥐어짜기' 종전특사 구상
서러운 우크라, 협상권마저 미국에 넘겨준 상황
주도권 쥔 러시아 "우리가 결정할 것"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난 미국 협상단(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우크라이나 협상단(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등).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만난 미국 협상단(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과 우크라이나 협상단(안드리 시비하 외무장관 등). 연합뉴스

국제 정치는 힘에 의한 현실주의에 입각해 작동하기 때문에 약소국은 늘 서럽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중재안에 대해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마저 3분의 2를 러시아에 내주며, 종전 협상에서 내세울만한 카드마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고위급 협상을 통해 러시아에 30일 휴전 방안을 합의했다.

◆러시아, 30일 휴전안 받아들일까

우크라이나에 잠시나마 총성이 멈출지는, 침략국인 러시아에 달렸다. 하지만 러시아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동맹 관계도 예전만큼 굳건하지 않아, 협상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살얼음판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회담에서 합의한 '30일 휴전안'은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성과라고 볼 여지가 많다.

애초 우크라이나는 드론·미사일 등 공중전과 흑해에서의 해상전에 국한한 '부분 휴전'을 절충안으로 제시했는데, 미국은 오히려 지상을 포함한 전선 전체를 포괄하는 휴전안을 내놨다. 30일로 한정된 휴전 기간도 양측의 합의에 따라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궁지에 몰린 우크라, 휴전이 상책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충돌' 이후 미국의 무기·정보 지원이 끊기고 전선에서는 러시아의 대공세로 후퇴를 거듭하는 등 궁지에 몰려있던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반색할 만한 조건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이날 늦게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정보 공유를 재개했다. WP는 "강력한 동맹인 미국과 균열을 노출해 우위를 잃어버린 젤렌스키 대통령이 휴전안에 동의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논평했다.

현재까지 상황은 키스 켈로그 미국 종전 특사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안'의 기본 틀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 종전안은 '우크라이나를 때려 협상 테이블에 나오도록 하고, 이후 러시아가 화답하도록 쥐어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고 논평했다.

우크라이나는 가장 간절한 '안보 보장'이 이번 휴전안에 구체적으로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은 불안한 부분이지만, 협상권을 거의 미국에 넘겨주다시피한 상황이라 뭘 얻어낼 수 있을 지 우려된다.

◆러시아 "우리가 결정할 것"

러시아는 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국이 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러시아 연방의 입장은 합의나 당사자의 노력으로 해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의 입장이 만들어지는 것은 러시아 연방 내에서"라고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간 합의한 30일 휴전에 대해, 러시아가 휴전할지 말지는 외부가 아닌 자국이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전날 한 인터뷰에서 비슷한 발언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 블로거들과 한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맥락에서 러시아는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타협을 피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의원도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협상은 미국이 아닌 러시아의 조건에 따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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