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이 12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라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헌법 질서를 부정하는 것" "공직자의 헌법 수호 의무를 배반하고 헌법에 대항하는 행위" "입법부와 헌재의 헌법적 지위를 부정하고 얕잡아 보는 태도"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마 후보자를 언제 임명할 것인지, 즉시 임명하지 않으면 이유가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답변하라"고 했다.
여러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략(政略)을 따른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좌편향 정치 이념으로 논란을 빚어온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마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시켜 탄핵 인용을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최 대행에게 탄핵 운운하며 임명을 압박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 의장의 말은 민주당의 이런 정략에 힘을 실어주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우 의장이 헌법 해석을 제멋대로 했다는 사실이다. 우 의장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헌법상 의무'라고 했다. 국회가 선출하면 대통령은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식한 소리다. 대통령의 임명권은 국회의 선출권보다 하위의 권한이 아니다. 국민의 직접 선출이라는 '민주적 정당성'에서 대통령과 국회는 동등하기 때문이다. 국회에 입법권이 있다면 대통령에게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이 있는 이유다.
헌법은 국회에는 3인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대통령에게는 그 임명권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 선출'은 분명히 '임명'이 아니다. '임명하는 권한'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에게 있는 것이다. 국회가 선출했다고 해서 무조건 임명해야 한다면 그것은 임명권이라고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違反)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 의장은 헌법을 잘못 읽어도 한참 잘못 읽고 있다. 헌법재판의 본질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권한쟁의심판은 확인 행위에 불과하고 헌법재판은 비(非)강권 재판, 즉 결정의 강제력이 없는 재판이다. 법률이 헌재에서 위헌 무효로 판결 났다고 해서 법률 제정 행위자를 처벌하지 않는 이유다. 위헌 확인은 권한 행사의 효력을 배제할 뿐인 것이다. 대통령의 헌재 재판관 임명 문제도 마찬가지다. 헌법은 국회 선출 몫 재판관의 대통령 임명만 규정하고 있을 뿐 임명하지 않을 경우 별도의 이행 강제 조항이 없다. 이 역시 국회의 선출권과 동등하게 대통령의 임명권을 보장해 견제와 균형을 기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 의장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헌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권한이 없다. 국회의장 직무 그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그런 점에서 오만(傲慢)이 하늘을 찌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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