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장재옥] 34년 전 아픔, 취수원 이전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장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장
장재옥 대구시 맑은물하이웨이추진단장

대부분의 도시가 강이나 하천에서 직접 취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좀 더 깨끗한 상류 댐으로 취수원을 옮긴다.

서울시는 기존 취수장에서 상류로 15㎞를 올라가서 팔당댐 직하류에 강북취수장을 새로 조성했고, 인천은 노량진취수장을 폐쇄하고 65㎞ 길이의 관로를 깔아 팔당댐 물을 먹는다. 1979년도부터의 일이다.

대전은 좀 더 공격적으로 아예 대청댐 건설 단계부터 직접 참여, 일정 지분의 댐 사용권을 소유함으로 100% 댐물을 먹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이웃 행복도시 세종에 여유 수돗물을 공급까지 하고 있다. 달빛 동맹의 한 축 광주도 기존 영산강 물이 아닌 주암댐과 동복댐의 맑은 물을 100% 사용하고 있다.

이는 특별·광역시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에 있는 수많은 도시가 팔당댐을 수원으로 하는, 수도권 1단계부터 6단계까지의 촘촘한 격자형 광역상수도망의 혜택을 받고 있다. 총 관로길이 1천100㎞로 우리가 구상하는 맑은물하이웨이 관로 110㎞의 1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시설 규모이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도시도 비슷하다. 심지어 거제시의 경우 바다 건너 멀리 남강댐 물을 끌어들여 사용하기까지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약 77%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맑고 깨끗하면서 안전하기까지 한 수돗물을 먹는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왜 대구는 그렇지 못할까? 대구 시민에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끔찍한 기억이 있다. 34년 전 오늘인 1991년 3월 14일에 발생한 낙동강 페놀유출 사고이다.

이후에도 불산, 다이옥산, 과불화화합물 등 여러 차례 수질오염 사고가 있었고, 대구 취수원을 상류 안전한 곳으로 이전할 것을 공식 건의한 지 20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 이 간절함은 왜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경제성 측면,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 등 고려해야 할 많은 어려움 있었겠지만, 너무 오랫동안 기대와 실망이 반복됨으로 이제 시민들이 포기하고 절망하는 건 아닐까? 그 집단적 무관심과 실망이 추진 동력을 아예 상실하게 한 건 아닐까?

대구 취수원 이전이 마지막 걸음을 나섰고 역사적인 분수령을 맞고 있다. 민선 8기 들어서며 중앙 정부가 주도하는 종전의 '톱다운' 방식에서 탈피해 대구시가 취수원 지자체인 안동시와 상생 협약을 우선 체결하고 자체적으로 용역을 시행, 안동댐 하류에서 대구 문산·매곡정수장까지 최단 거리로 110㎞ 관로를 신설하고, 1급수 맑은 물을 공급받는 담대한 취수원 이전 구상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철저한 검증을 통해 과거 최대 가뭄 기준 이수 안전도 100%를 만족하는 물량 조정(63.5만t/일→ 46만t/일)과 사업비 조정 등의 대안을 제시해 작년 7월 환경부 장관, 대구시장, 안동시장 3자 회동에서 '맑은 물 하이웨이' 사업 추진을 대외 공식화하는 가시적 성과를 이뤄냈다.

최종 단계인 국가 계획으로의 확정을 위해 지난해 12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 본 사업안이 상정되어 현재 심의 중이다. 어쩌면 이번 시도가 가장 가능성이 높으면서 한편으로는 마지막 시도가 아닐까 한다.

민선 8기 대구시의 강한 도전 정신과 추진력, 대구 시민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은 경상북도와 안동시의 멋진 파트너십, 중앙 정부의 명예를 걸고 오래된 숙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환경부의 강한 의지가 만들어낸 멋진 결실이기 때문이다.

낙동강변에 선다. 멀지 않은 시기, 비로소 물에 대한 행복권을 되찾은 250만 대구 시민들의 밝은 모습을 떠올리며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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