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MBK, 운용보수 1조원 거두고 홈플러스는 기습 회생 신청

3호 블라인드펀드서 3조원 조달해 인수 종잣돈 마련
3호 블라인드펀드 운용하며 챙긴 보수도 상당
"MBK가 긴급 자금 수혈 등 자구책 내놓아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을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와 홈플러스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6일 MBK 사무실이 있는 서울 광화문 D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기업회생절차을 신청한 것부터 비정상적이라며 회생을 책임지라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에 활용한 펀드 운용으로 1조원 안팎의 성과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음에도 아무런 자구책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MBK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는 양상이다.

13일 산업·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 3호 블라인드펀드에서 3조2천억원을 조달했다. 이는 인수금융(차입금)과 홈플러스의 기존 부채를 포함한 전체 인수 비용 7조2천억원 가운데 44%에 달하는 금액로, 3호 블라인드펀드가 사실상 홈플러스 인수의 종잣돈이 된 것이다.

3호 펀드는 홈플러스뿐 아니라 두산공작기계, 일본의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 등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데 활용됐다.

주요 포트폴리오의 투자 성적은 꽤 준수했는데, 대표적으로 아코디아 넥스트 골프는 1조원에 인수해 4조원에 팔아 3조원의 차익을, 두산공작기계는 1조1천300억원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얻었다.

MBK가 3호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면서 챙긴 보수도 적지 않았다. MBK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 보수로 2억5천만달러(현재 환율로 약 3천630억원), 성과 보수로 5억3천만달러(약 7천695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운용 보수는 펀드가 청산되지 않아 현재도 정기적으로 수령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 보수의 경우 통상 전체 15∼20%를 유보액으로 남기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1조원 안팎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MBK의 경영 실패로 홈플러스는 핵심 점포가 매각돼 시장 영향력이 약화되고, 손실이 누적되고 있었으나 정작 MBK는 관련 펀드를 운용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던 셈이다.

아무 자구책 없이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MBK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진행한 첫 집회에서 김병주 MBK 회장을 겨냥해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회생 신청을 해 부채를 단번에 털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홈플러스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은데 MBK는 거액의 수수료를 챙겼지만, 납품기업과 금융기관, 임직원, 점주 등 우리 국민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외부의 긴급 자금 수혈이 사실상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번 사태를 초래한 MBK가 그 실마리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